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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백운산- 산행기

산의향기(백경화) 2013. 1. 13. 15:16

 등산하고 래프팅까지: 동강의 백운산

5시간 차 타고 4시간 넘게 등산하고 레프팅까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래프팅을 하자고 했다.

나는 래프팅만 하는 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 동강 주변의 산을 찾았다. 마침 월간 山지 6월호와 7월호에 동강 주변의 산이 많이 나와 있어 제일 경치가 좋다는 백운산을 가기로 정하고 400선 산행기의 지도를 보며 정확한 정보를 얻어 자신을 갖고 나섰다.

39명을 태운 우리 버스는 대전에서 5시 30분에 출발하여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마을 점재나루터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되었다.

매표소에서 점재나루터에 다리가 놓여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기에 시간과 돈이 절약되는구나 하고 좋아하며 차로 나루터까지 갔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길이 좁아서 우리 버스하고 큰 덤프트럭하고는 비킬 수가 없어 후진해서 돌리느라 윤기사가 고생 많았다.

나룻터 위로 다리는 놓여 있는데 엊그제 다리공사가 끝났는지 줄을 쳐 놓았다. 우린 건너가도 되는 줄 알고 모두 건너갔다. 건너편에서 아저씨 한 분이 소리치며 쫓아와서 아직은 굳지 않아 안 된다고 했다. 개통식도 안 한 다리를 우리가 먼저 건너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나는 처음부터 그곳에 사는 아저씨 한 분한테 길을 물어 올라갔다.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되어 10시 50분에 산행은 시작되었다. 동강이 흐르는 산언덕을 휘돌아 올라가다가 시작된 가파른 경사 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급경사였다.

 

 

 

 

 

30분 후에 능선에 올랐다. 왼쪽으론 동강의 조망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있고 오른쪽으론 백운산 오르는 수리봉 바위 능선길이 시작되었다. 오늘 우리는 4시간 등산하고 래프팅 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망대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로 하고 곧장 능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쪽으로는 절벽이요 뾰쪽뾰쪽한 암릉이었다. 너무 평탄한 길보다는 이런 길이 매력이 있다. 중간중간에 전망대가 되는 암봉에는 멋진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아래로는 동강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정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백운산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기에 꼭 한번 오고싶었다. 와서보니 과연 칭찬할 만한 산이며 두고두고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정상에 가기 전 770봉에서 우측 길은 하산할 코스다. 어딘지 찾아놓고 올라가려 했는데 찾지 못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이상했다. 산지와 산행기에 분명히 길이 있었는데....

정상의 표지석을 보고 반갑기도 했지만 하산길을 확인하지 못해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정상은 삼거리였다. 왼쪽길은 험난해 보이는 5봉 능선이고 오른쪽으로는 하산길도 없이 푯대봉으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능선이다. 나는 지난 1월호 山지에 나온 감동의 산행기에서 이점수 씨가 백운산 등산길에 하산길을 착각해서 잘못 들어 고생했다는 글을 읽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점수 씨는 오늘 우리와 똑같은 등.하산코스를 잡고 정상에서 푯대봉쪽으로 간 것이었다. 올라와 보니 지도를 보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는 지도를 다시 꺼내어 자세히 보았다. 분명히 오르던 길로 조금 내려가면 하산길이 있었다.

770봉을 찾기 위해 앞장을 서서 5분 정도 내려가니 평평한 곳이 있었다. 왼쪽으로 살펴보니 작은 나무에 색 바랜 리본이 2개 매달려 있었다. 좁은 길이 숲으로 가려서 언뜻 지나치면 모를 길이었다. 이젠 됐다 싶어 “길 찾았다!” 소리치며 맨 앞에 서서 좁은 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770봉은 다른 산봉우리처럼 뚜렷하게 솟아 있는 산이 아니었다.

이 길은 가지친 산줄기로 날카로운 능선길로 이어지다가 또는 직코스로 내려오고, 수풀을 헤치고 내려와서 임도를 만났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우리가 시작했던 점재마을 다리가 나왔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신나는 래프팅을 하러 갔다. 윤기사는 래프팅회사에 만전의 준비 끝내놓고 기다리라는 전화를 하고 출발했다. 도착해서는 곧바로 헬멧 쓰고, 잠수복을 입고, 봉고차를 탔다. 꼬불꼬불 꼬불탕 고개를 넘어 30분 정도 지나 집이 몇 가구 있는 문산 나루터에 도착했다.

 

 

 

 

 

우린 산에 갔다온 후라서 준비운동도 필요 없이 노란 해병대 아마존 고무보트에 12명씩 타고 서서히 동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는 겹겹이 높은 산봉우리가 즐비했다. 병풍처럼 둘러친 암벽에는 돌 틈에 끼어 제대로 크지 못한 나무가 있어 수석에 분재처럼 모두가 작품이었다.

노를 저으며 산수를 감상하며 물의 흐름 따라 강산여행을 한다. 나는 어느새 세상만사 다 잊고 풍월을 낚는 선비가 되었다. 그러다가도 물이 잔잔한 곳에서는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가 땀을 식히고 수영을 했다. 그런 때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가 되어 즐겁기만 했다.

동강에서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언 계곡에는 전설도 많고 경치가 좋았다. 삼형제바위가 물가에 물 속에 따로따로 떨어져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으로 불리우며 갖가지 모양으로 절경을 이루었다. 두꺼비 같다하여 두꺼비 바위가 있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두꺼비도 되고 두더지도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옛날에는 고기가 많아 “물 반 고기 반”이라 했다한다. 단종의 시신도 발견되었다는 곳이다. 물살이 사나운 곳을 지나칠 때면 출렁출렁 파도를 타며 스릴을 즐겼다. 날은 저물어 땅거미가 질 무렵, 미리 거운교에 도착한 수 십 척의 노란 보트들은 깃대를 올리고 와글와글, 꼭 전쟁터에 나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우린 오늘 두 가지 일을 하루에 해 냈다. 등산으로 단련된 몸이 아니고야 어찌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잡고서도 끄떡없겠는가. 집에 도착하니 새로 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2002.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