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포엠

문학지 발간(꿈과 두레박)

산의향기(백경화) 2013. 11. 20. 21:14

 

   꿈과두레박 문학

             (제18집 시집 발간)

 

        

 

 

열정 열정 열정 동인들의 시에 대한 열정은

가슴에 타오르는 불이다

 

피우고 피우고 피우고 해마다 피우는 꽃불이다

 

깊은 땅 속에서 심지로 퍼 올린 뜨거움이다

 

서늘한 시월에도 붉은 꽃으로 흰 꽃으로 타고 있다

 

쉼없이 두레박 드리운다 대지 속으로 꽃불을 위하여

 

책머리에서 <꿈과두레박> 회장 이영순 


사진. 백경화

 

 

은 수인

                          권예자

 


너의 다비식은

불 먼저 지펴

옷자락 붉게 태운 후에야

내리고

흐르고

쌓이다

내 속에서 부스러진다

 

물속에 비친 고운 얼굴

차마 들여다보지 못한 채

팽팽한 하늘에 수인을 찍어

이승의 삶 매듭짓는다

 

잎맥같이 얽힌 속세의 인연 거두어

뜨거운 다비식 치르는

내장산 단풍

 

숨겨 놓았던 틈이 벌어질 때마다

한 점 한 점 드러나는

작고 단단한 사리가 서럽다

 

  





질녘 억새밭은

 

                           박현숙

 

해질녘 억새밭은

금빛파도 너울너울 출렁인다

젊음이 지기전 숨 막히는 황홀

슬프도록 뜨거운 몸짓이다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교차로에서

어둠이 내려도 두려워 말라는

황금 손수건의 위로

쫓기 듯 살아온

삶의 수평선은 빛나고

나도 억새 되어

노을과 바람을 끌어안고

흔들며 흔들리며

 

 


 


벽풍경

 

                         백경화

 

고요한 새벽

연분홍 철쭉꽃과 연둣빛 새싹

맑디맑은 호수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져있다

산과 나무도 내려와 나란히 누웠다

하얀 베일이 솔솔 걷히며

영롱한 햇빛도

연못 속으로 살짝 내려앉는

무아지경

밤잠 설치며 달려온 전국에 사진 작가님들

할 말을 잃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취해

호수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엽 2.

 

                                                         이선

 

건양대 병원 앞 승강장에

싸르르 낙엽이 구르네

그 많은 친구 다 어디에 있나

낡은 벤치에 널브러져

셔틀버스 기다리는 이들

까맣게 말라 비틀린 채

연두빛 여린 시절 그리는가

지나가던 바람 한 점

푸석푸석한 어깨 토닥이는데

삭정가지 가고 있는 것일까

뱅그르르 몸 뒤척일 때마다

속으로, 속으로만 잦아드네

   


 


가루

 

                                       이영순

 


몸을 바싹 부서

뽀얀 속을 풀어 보이는 밀가루

 

어느 날

주르르 찾아드는 물에

아스스해 가루 된 몸 웅크리지만

막무가내 손놀림에

주물러지고 뒤집혀지고 곤죽이 되어가며

고행인지 수행인지 하고 나더니

채소를 만나면 채전이 되고

해물을 만나면 해물전 되고

만 가지 삶을 품더니 만두가 되더라

상에 한 번 제 이름 걸고 오르지 못하고

가루 것이다 분식이다 변두리에 살면서

무엇을 만나도 저 먼저 지우더라

그렇게 사랑 하더라

 

팔 다리 버리고

망가진 그 삭신이 만다라였다

허기진 사람을 위한

 

 

 


 

                                     이형자

 


입동 뒷날

현충사 길을 걸어가는데

울긋불긋 옷 갈아입은 나무들

알록달록 꽃 상여를 차렸네

바람의 호곡소리에 맞춰

이리 펄럭

저리 펄럭

석양빛에 반짝이네

 

마지막 가는 길의 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