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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딱따구리(78)

산의향기(백경화) 2016. 12. 15. 11:28

 

 

땩따구리 

백경화 

남의 옆구리 구멍 내어 제 집 짓고는

알 낳고 부화시켜 새끼 키우네

 

띠릭 띠릭 아기새 우짖는 소리

배고파 우는 걸까 어미 찾는 소리일까

어미새는 앞산에서 띠릭띠릭

주고받는 새들의 대화, 산 속이 쩌렁쩌렁

 

주둥이에 두리뭉실 먹잇감 물고 와서

이놈 저놈 새끼 입에 넣어주고는

비벼대며 콕콕 찍어주는 어미의 사랑

 

웬 이방인 내 집 앞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며 찰칵 찰칵

시커먼 삼각대가 무기는 아닐까

안절부절 쳐다보며 불안한 표정

 

찢겨진 날개에서 험한 세상 보았네

쓰리고 아픈 몸 쉴 새도 없이

새끼들의 성찬을 준비하는 어미새 아비새

 

나는 오늘 보았네 그들의 일상에서

인간보다 깊은 사랑 가슴이 찡한 하루

 

2016. 대전문학 가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