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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노란 망태버섯
산의향기(백경화)
2016. 12. 15. 20:59
노란 망태버섯
백경화
애들아 날이 밝아 온다
빨리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짜 입고 동트기 전에 밖에 나가야지
신비한 마법사의 요술쟁이들처럼 노란 금실로 그물망 무늬를 넣어가며 찰칵찰칵
두어 시간 만에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입고 얼굴에는 두건을 쓰고 서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
우리를 완전히 포위하고 불빛을 터트리는 저들은
응, 우리를 보러온 사람들 이란다 예쁘게 포즈 좀 취해 주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맵시를 자랑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망태가족
애들아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어디로 가요?
응....
때가 되었다. 우리가 떠날 시간이
그때 숲속으로 빛 내림이 시작 되었다
다들 엎드려라
빈 몸으로 와서 바쁘게 옷 한 벌 짜 입고
두어 시간 살다가 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왔다가
가장 추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노란 망태버섯
인간의 최후를 보는 듯
허전한 마음 영 애리하다
새벽에 찰영 나가 몇 시간동안에 변화하는 망태버섯을 지켜보고
<대전문협 2016년 가을호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