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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손녀한테 영어를 배우다가

산의향기(백경화) 2018. 6. 8. 23:10

사진. 부산 태종사 수국


외손녀한테 영어를 배우다가

 

백경화

 

미국에 가서 일곱 살배기 외손녀한테 영어를 배운다

책을 한 권 주는 외손녀

“할머니 이거 한번 읽어 보세요”

자기가 배우는 유치원 교과서를 내보이며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는 속셈이다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가니

“아이 할머니~ ” 하더니 말을 잇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감이 잡히지 않는가 보다

“할머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 책보다 한 단계 아랫것으로 보이는 책을 들고 오더니

“따라 해 보세요. 에이 삐 씨 뒤“

“에이 비 시 뒤“

 

따라 하는 건 건성이고

종달새처럼 종알대는 외손녀의 입만 보다가

와락 껴안고 만다

 

 < 2017. 대전문학 봄호 기제 >

 

 

-시작노트-

미국에 사는 7살 된 외손녀의 미국말이 듣고 싶어 일부러 영어를 가르쳐 달라 했다.

열심히 책을 읽으며 가르쳐 주는데 종알거리는 입이 얼마나 이쁜지 와락 껴안고 말았다.

 

 

                                                                                                                                  白 京 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