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꿈과 두레박 제23집 출판기념회
축하합니다. [꿈과 두레박] 제23집 출판기념회 일시 : 2018.10.29. 12: 00 장소: 연래춘(충대 정문 앞) 시클라멘이 비밀스런 자태로 이 자리를 축하합니다. 깔끔한 도자기에 담긴 녹차가 따뜻함과 촉촉한 분위기를 조성해 줍니다. 사회 :이지헌 총무 오유정 회장 인사. 이형자 초대 회장의 추억 회상과 인사가 이어집니다. 충남대학교 이형권 교수님께서 격려와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서 앉은 순서대로 꿈과 두레박 23집에 실린 자작시 낭독을 하였습니다. 정금윤 시인의 시 낭독 겨울 원앙 / 정금윤 물 길만 남겨두고 추위를 먹으며 자라나는 냇물가 눈 쌓인 빙판 위 아직도 이 추위에 맨손 빨래하는가 얼음 위에 줄지어 늘어선 가늘고 빨간 맨다리 쩍쩍 얼어붙는 날씨 어떤 누구에게 시늉을 주는지 시리지 않은 듯 떨림이 없네 바람을 등지고 한 마리씩 날개 펼쳐 물 위의 윤슬 긁으며 달리기까지 매운 날씨에 제 맛을 잃어 터만 남긴 빈 마을 이름 모를 골짜기 햇살을 뚫고 날아온 새 바지랑대를 꼭지 삼아 넌출넌출 길게 늘여놓은 빨랬줄 언 물 속에서 나온 듯 꽁꽁 내 발목 묶어 헤어나지 못하네 이영순 시인의 시 낭독 사람의 뿌리 / 이영순 풀뿌리는 어둔 곳에서 풀꽃을 피우고 등잔 속에서 심지는 불을 밝히는데 사람의 뿌리는 무엇인가 누구는 조상이라 하고 신이라 하는데 아니다 뿌리는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저것 삼켜 형상을 만들고 얼굴에 말로서 인상人相을 그릴 때 서운타 소리의 높낮이로 덧칠하는 입 눈이 사람의 꽃이라면 사람의 뿌리는 입이다 지옥과 천국을 오르내리는 입 박현숙 시인의 시 낭독 은행나무 궁전 / 박현숙 햇빛 한줄기 들어갈 수 있을가 빽빽한 은행잎으로 무장한 궁전이다 출퇴근 길 걸음을 붙잡던 그 나무 새소리만 왕성할 뿐 새는 볼 수 없다 빈틈이라도 찾아보려 목을 치켜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그만 지치고 만다 그 곳에 사는 무리는 늘 즐겁다 재잘재잘 재잘재잘 여름 다 가고 황금빛 궁전이 되었어도 여전하다 근처 가로수 다 헐벗도록 팔팔하던 그 나무 노란 이파리 새들의 비밀 무던히 지켜주더니 소설이 지난 어젯밤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져 수북하다 궁전이 사라졌다 단 한 번 보지 못한 새들도 사라 졌다 가난한 내 가슴에 따스함만 안겨주고 떠난 것이다 연극이 끝난 차가운 무대 다시 일막 일장을 기다릴까 가지 끝에 덩그러니 걸린 빈 둥지에 얼지 않을 작은 마음 얹어 놓으리 권예자 시인의 시 낭독 시간을 깎는 여자/ 권예자 동공은 TV에 고정되었다 달팽이 관도 동행했다 시간을 부드럽게 잘도 깎인다 숙련된 그녀의 솜씨는 베테랑급 가로 끾고 세로 깍고 둥글게 깎고 쐐기꼴로 깎는다 깜빡깜빡 오전을 깎다가 들락날락 오후를 깎는다 어깨를 잔뜩 구부리거나 무릎을 꼬아도 자세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몇 번의 초인중이 울리고 핸드폰에서 넬라 판나지아가 흘러도 시간을 깎아버리기에만 열중하는 그녀 어쩌다 배꼽시계에서 알람이 울리면 느릿느릿 일어나 보문산 메아리를 야금야금 뜯어먹고 대전부루스를 질겅질겅 씹는다 노령연금처럼 들어왔다 사라지는 하루 오늘도 벌써 한 나절을 깎았다 그녀가 깎기를 거부한 유일한 시간은 달력에 붉은 동그라미를 그려 고정시킨 맏손자의 결혼날짜뿐 이형자 시인의 시 낭독 생명의 초대장 / 이형자 누군가 얼마다 다듭했으면 길가에 신문지 깔고 초인간적 한 자루 위 구멍구멍 빈틈도 없이 눈 붉힌 똥파리가 새까맣다 지린내 구린내 진동한 자리 뉘라도 옆으로 지나가고 돌아오면 사정없이 날아갔다 또 돌아와 앉았다 밟을까 눈살 찌푸리고 가지만 냄새로 길잡이 나선 미물에겐 윙윙 태반 속 위대한 성찬의 장이 되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더럽다고 냄새난다고 코 싸매들고 멀리 돌아 도전도 없이 외로워 고개 돌려버린 이여 눈을 크게 뜨고 보라 백주에 길거리 자리 잡고 앉아 찬란한 냄새로 알린 생명의 초대장이 아니던가 이지헌 시인의 시 낭독 커튼콜 / 이지헌 침대 발치 낯선 이름 석자 드디어 주인공이다 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기한을 넘긴 진통이 독촉장처럼 치근대는 호스피스 병동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관록의 그녀 염주알도 똑똑 떨어지는 모르핀 방울에 심취해 돌고있다 제일 만만했던 식사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뒤늦게 준비한 의상을 눈으로만 입어보던 그녀는 모든 자극이 통증으로 모아지는지 부드러운 대사도 진심어린 눈빛도 곁으로 밀고 끝내 빛이 닿는 것만 허락했다 더 이상 분장 필요없던 날 많은 사람들이 화환을 보내왔다 믿을 수 없는 결말에 풀썩 주저앉아 애꿎은 잡풀만 쥐어뜯는데 어느새 뿌리로 스며들어 한 그루 소나무로 성큼 다가서는 그녀 농익은 연기는 제 스스로 풍경이 되고 이식된 배역 속에서 푸르게 쉼쉬기 시작했다 간절한 커튼콜의 무대 위 다시 뛰어나오지 않을까 부르고 또 불러도 벌개진 조명만 무대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막은 내렸지만 훌훌 털고 일어설 수가 없었다 오유정 시인의 시 낭독 풍등이 지던 날/ 오유정 밤 하늘에 풍등을 띄운다 눈에 어둠이 박힌 나는 좀 더 반짝여야하고 혼자라는 것을 잊어야 한다 아주 긴 기차가 멈추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네가 기다린다 우리는 망운암에서 슴슴한 된장국과 취나물을 먹으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고 범종처럼 깊은 포옹으로 헤어졌다 아직 너의 시든 말이 뒹구는 마당 너를 다시 주워보아도 우린 닿지 않는 거리에 있다 어두운 처마 밑 때죽나무 꽃 가운데 불을 켜 하나씩 날린다 손바닥에 꽃등을 집어 들어보면 너의 뒷모습이 잠깐 밝아질 뿐 하냥 손과 파란 이마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이갸기들 바닥에 읽을 수 없는 상형문자를 그리고 있다 한 점 불빛에 기대었으나, 우리 밤이 후드득 지는 것을 다 받아낼 수 없다 이선 시인의 시 낭독 꽃보살/ 이선 외딴 암자에 꽃을 닮은 보살이 살고 있다 하늘은 파란 차양을 펼치고 구름도 멋뭇거리는 고즈넉한 산속에 온갖 들꽃들이 벌 나비 불러들인다 무지개빛 꽃들을 찻잔에 서려 담으면 맑은 샘물 한 종그락에 다시 피어나는 꽃 꽃마당 뜨락에 고된 어깨 한자락 풀어 널면 도란도란 별들의 속삭임에 지나던 바람도 단잠 들고 모두가 꽃보살이 된다 백경화 시인의 시 낭독 동강 할미꽃 / 백경화 아슬아슬 벼랑 끝에 붉은 할미꽃 고개 숙인 채 봄볕을 즐기고 있다 누가 그대보고 할미꽃이라 이름 지었는가 그대는 천상 수줍은 열아홉 살 뿌끄러워 고개도 못 드는 어여쁜 새색시지요. 비탈진 바위틈에 웅지 틀고 봄빛 고운 한낮이면 양지에 앉아 다소곳이 누굴 위해 기도하나요 슬픈 추억일랑 그만 떨쳐 버리고 저 하늘에 흘러가는 뜬구름과 동강의 푸른 물에 마음 실어 사랑하는 임 찾아 달려나 보시구려 지난 2년간 우리 동인회장을 맡아 멋있게 회의를 이끌어온 오유정 회장이 임기가 만료되어, 정금윤 시인이 다음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해주신 오유정 회장께 감사드리며, 정금윤 신임회장께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시에 박수를 보내며 내년에는 더 좋은 시를 쓰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동인 여러분 늘 건강하고 우리 회원들은 아름다우나 험난한 詩人의 길을 오늘도 서로 의지하고 부축하며 함게 걸어갑니다. 아래 단체사진 4장은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