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할미꽃
동강 할미꽃을 찾아
2017. 2. 26.
흐리고 비 온다는 일기예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대전 풍경사랑 사진동호회 회원들은 동강 할미꽃 촬영을 하기 위해 새벽 5시에 한밭수목원 주차장에서 만나 출발했다.
잠을 설치고 나온지라 모두 차에 올라서자마자 잠을 청했다.
한참을 지나 몸이 흔들려 깨어보니 꼬불꼬불 산길로 오르는 산중 도로였다.
벌써 강원도의 산간 도로를 달리나 보다. 밖을 보니 온 산천이 하얗게 눈이 덮었다.
나무 가지가지마다 눈꽃까지 예쁘게 피여 장관이다 그러나 감탄하는 사이 고갯길을 넘어서자마자 눈꽃은 간데없고 촉촉한 산길이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고개 하나 사이에 겨울과 봄의 풍경이 교차한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이른 봄이라서 지난가을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소복하게 쌓여 늦가을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동강 할미꽃’이란 예쁜 푯말이 보이고
주차장이 있어 잠시 멈추었다. 회장님은 어느 곳으로 갈까 어디에 있는 할미꽃이 더 많이 피였을까 망설이던 중
마침 어느 진사님들을 만나 어디에 예쁘게 피었다는 할미꽃 소식을 입수하고 우린 목적지를 향해 한참을 달렸다.
가는 도중, 동강 주변의 가수리 마을에서 아주 오래된 적송과 당상 나무인 700여 년 된 느티나무도 담았다.
대전에서 출발한 지 다섯 시간여 만에 황룡동굴 주차장에 도착했다.
벌써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분들이 있어 궁금해서 꽃이 피었느냐 물어보니 피었다고 대답해 주었다.
안심을 하고는 길도 아닌 큰 돌과 바위를 밟으며 천천히 들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강 언덕의 까만 바위에 할미꽃이 보였다.
할미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온몸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반가웠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십 명의 진사님들은 바위에 찰싹 들어붙어 사진을 찍느라 모두 열심이었다.
어느 작가의 사진에서 보고 첫눈에 반한 동강 할미꽃, 직접 와서 보니 정말 신비하리만큼 아름다웠다,
어쩜 이렇게 흙 한 줌 없는 절벽의 바위틈에서 살며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개 숙인 할미꽃은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할머니처럼 편안해 보이면서도 귀티가 있어 보이는 고고한 아름다움이 보면 볼수록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직 아침인 데다 날씨가 흐려서 꽃잎이 열리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동강과 바위를 배경 삼아 찍고 또 찍는다.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스럽게 올라가 절벽에 피어있는 꽃을 올려다보고 찍는가 하면 머리를 땅에 대고 찍기도 하고
나름대로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려고 요리조리 살피며 찍었다.
얼마 후, 우린 조금 더 많은 꽃을 찾아가려고 왕복 5,000원씩의 거금을 주고 일곱 명씩 타는 조각배를 타고 강 건너로 갔다.
강을 따라 너덜경 길로 한참을 가다가 강가에서 할미꽃 군락지를 만났다.
많은 꽃들이 무리 지어 활짝 핀 모습을 촬영하면서 즐거운 마음에 이게 꿈은 아니겠지 하며 너무 행복해했다..
갈 길이 바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할미꽃과 작별하고 나왔다.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서부터는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배가 고파한 발짝도 뛰기가 어려웠다.
스마트폰의 만보기를 보니 이제까지 촬영 다닌 후로 오늘 신기록을 냈다.
정선하면 좀처럼 올 수 없는 머나먼 곳, 여기까지 왔으니 이 고장의 별미인 향어 회덮밥으로 포만감을 채우자 하고는
아침 겸,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비 온다는 날씨도 괜찮았고 할미꽃도 실컷 담아 이래저래 행복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