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포엠
소망 우체통
산의향기(백경화)
2020. 6. 30. 15:34
소망 우체통
시/ 백 경 화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바닷가 간절곶
우뚝 서 있는 파란 소망 우체통은
울컥 그리운 사람 생각나게 하고
눈과 가슴을 촉촉이 적셔 주었습니다
수백 통의 편지 써 놓고도
부치지 못한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제게는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하늘나라에 보낼 비밀편지가 있거든요
당신의 개망나니인 오라버니 새총에
한쪽 눈 잃으시고
평생을 고통으로 지내셨던 어머니
철부지인 딸은 그런 어머니의 눈이 창피해서
친구들 볼까 봐 마음 졸였던
세월 지나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뒤늦은 후회로 많이 울었습니다
견딜 수 없어 용서의 편지 썼습니다
그 편지를 부치려고 했지만 부칠 곳이 없어
수십 년 가슴에 품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났습니다
하늘과 땅 바다가 만난 이곳
여기다 부치면 곧장 하늘나라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소 없는 편지
깊은 가슴속에서 하나둘 꺼내어
파란 우체통에 차곡차곡 넣고 기도했습니다
무사히 전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