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주천(용담댐) 생태공원
단풍이 들고 물안개가 필 때쯤이면 사진가들은 호수를 많이 찾아가 촬영한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생태공원이 여러 곳 있지만 주천 생태공원은 가을이 되면 아기자기한 풀과 하늘거리는 하얀 억새와 단풍이 든 나무가 정말 아름답다. 솔솔 피어오르는 아침 물안개 속에 빨 주 노 초 단풍나무를 보면 이름답고 신비스런 모습에 누구든지 반하지 않을 사람 없다. 마치 용궁 안의 비빌 요정에서 천사들이 나올 듯하다. 그런 광경을 촬영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안되어 한낮에 찾아 갔다.
요즘 코로나 19로 같이 출사 다니던 사진작가들은 만나지 못하고 나의 단짝과
김밥을 사고 인스턴트커피 2 봉지, 귤 4개, 이렇게 싸들고 진안 주천 생태공원으로 갔다.
가을이 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황금빛 들판은 텅 비어 있고 가로수의 나뭇잎은 단풍이 들고 매말라 우수수 떨어지며 늦가을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생태공원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고 쓸쓸했다. 그래도 단풍든 나무 몇 그루와 맑은 호수의 물은 뒤늦게 찾아온 우리를 반겨 주는 것 같이 해맑았다. 오늘 아침에도 많은 사진인들이 왔다 갔겠지. 새벽이슬과 안갯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하며 사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겠지. 나도 아침에 와서 보고 싶었는데...
그러나 이렇게 한낮에 와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나를 사로잡는구나. 아침에는 하얀 베일에 싸여 희미하게 보여 주고 낮에는 알몸으로 물속에 풍덩 들어가 수영을 하는 건지.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져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지. 그놈의 심술 사난 바람만 오지 않았으면 더 선명하게 보았을 텐데.
구름 한 점 없는 따뜻한 늦가을, 단짝과 김밥 커피는 보통 맛이 아닌 별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