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매미의 짝짓기

산의향기(백경화) 2021. 8. 16. 21:13

 

매미

 

길을 걷다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매미 소리에 오늘도 몹시 더운 날 인가보다 하고 가는데 갑자기 매미의 울음소리가 뚝 그치고 조용했다. 내가 와서 울음을 그쳤나? 하고 앞에 있는 나무를 보니 금세 울던 매미로 보이는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러자 금방 위에서 쪼르르 뒷걸음으로 내려오는 또 한 마리의 매미, 옆에 가서 나란히 서더니 다짜고짜 한 덩어리가 되었다. 오라 이렇게 만나 짝짓기를 하는구나.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사진 찍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횡재냐 싶어 계속 찰칵찰칵그런데 한참을 찍고 났는데도 꼼짝도 안 해 이대로 죽은 것일까생각하며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매미만 주시하고 있었다. 30여 분은 흐른 거 같다여전히 꿈쩍도 안 하고 있어 정말 죽은 거 같았다무한정 기다릴 수 없어 발을 옮긴다매미는 짝짓기하고 죽는다더니 이렇게 가는 걸까?

길을 걸으면서도 매미들이 궁금했다집으로 갈 때 그대로 있으면 죽은 것이고 없으면 날아갔겠지.

두어 시간 후 일이 끝나고 그 자리에 갔다그러나 매미는 없었다.

 

집에 와서 바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매미의 일생을 보고 아침에 울었던 매미가 생각났다그래 얼마나 급했으면 그렇게 애절하게 목청이 터지도록 울었을까.

암 매미는 수놈의 울음소리를 듣고 반해서 찾아온다는데 내가 들어도 귀청이 찢어질 듯 큰 소리로 울었다.

 

 

 

 

매미는 세상에 나와 어떤 일이 있어도 종족을 퍼트리고 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타고난 것처럼 꼭 번식하고 간단다수놈은 목소리가 우렁차고 좋아야 암놈한테 인기가 좋아 목청껏 다해 짝을 부른단다짝짓기가 끝나면 수놈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암컷은 딱딱하지 않은 나무 틈새를 찾아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그 알은 한 2주 후에 부화해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6년을 살다 성충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서 껍질을 벗고 매미가 되어 산단다.

 

그러고 보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는 동시 오늘이라도 짝을 찾으면 바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울었을까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온몸으로 울부짖고 온 정렬을 다 해 암놈을 만나 씨앗을 심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매미의 울음소리는 단순히 무작정 질러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고 짝을 찾는 호소와 죽음을 의미하는 통곡의 소리가 아닐까?

이렇게 매미는 세상에 나와 일찍 죽는다고 해도 종족을 번성시키려 짝짓기를 하고 떠난다.

매미의 일생을 안다면 절대로 짝짓기 하는 매미를 잡아서는 안 되겠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