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향기(백경화) 2023. 11. 6. 21:15

 

6. 까마귀 (2021-7-2. 복수동 대학교정원)

 

 

까마귀를 보면 한라산 등반 때 울었던 까마귀가 생각난다.

새벽에 한자나 쌓인 눈을 밟으며 산길을 오르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따라오면서 계속 까옥까옥 울어댔다.

이 새벽에 웬 까마귀가 울어? 기분이 좀 찝찝하다.

그렇지 않아도 머나먼 등산길 수십 명을 인솔해서 오르며 염려되는데 캄캄한 첫새벽부터 따라다니며 온산이 쩌렁쩌렁하게 울어대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등정하기 위해 어제부터 와서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나와 부푼 가슴으로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데

웬 까마귀가 이렇게 가까이 따라오면서 울까? 오싹한 기분이 감돈다.

우리 회원들도 지금 마음이 나와 똑갈을 것이다 생각하니 이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었다. 나는 애써 마음을 뒤집었다.

한국에서는 불길한 예감으로 생각한다지만 미국에서는 기쁨을 상징하는 새라 했어.

그래, 까마귀는 우는 게 아니고 우리가 정상을 도전하는데 힘내라고 축복의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

저거 봐, 목소리가 맑고 투명해. 그렇게 마음을 돌렸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이상하게도 정말 까마귀 소리가 청명한 노래로 들렸다.

계속 따라오며 힘내라고 응원가를 불러주는 것 같았다. 그 시간에 회원들도 분명 까마귀 소리가 듣기 거슬렸을 것이다.

나는 회원들에게 용기를 내어 큰소리로 까마귀가 우리한테 힘내서 잘 다녀오라고 응원가를 불러주네요~”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회원들은 말문을 열어 조용했던 산속의 적막을 깨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산을 올랐던 기억이 생각난다.

 

까마귀는 온몸이 다 까맣고 까옥까옥하는 울음소리만 들었지 가까이 보기는 사진을 찍으며 처음이다.

이제는 산에 갈 때 가까이에서 까마귀가 따라오면서 울어도 기분 나쁘지 않고 친구하고 싶어 말을 거는구나 생각이 든다.

금껏 그렇게 울었어도 오히려 좋은 일이 많았으니 아침에 까마귀가 울면 친구야 어디가? 잘 다녀와 하고 말 해주는 것처럼 마음이 안정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란 말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