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호반새 유조 이소하던 날

산의향기(백경화) 2023. 11. 16. 20:39

 

2023년 7월 12일 

호빈새 유조 세상에 첫발을 내딛던 날 - 신원사에서

 

방금 형들이 뛰어내리고 이제는 내 차례다

밖을 내려다보니 아슬한 낭떠러지, 가슴이 두근두근

저 길을 뛰어내려야 부모 형제를 만나고

앞으로 저 푸른 하늘을 날며 살 수 있다

 

 

 

 

밖에서 엄마 아빠가 빨리 뛰어내리라 연신 소리친다

 

 

 

먼저 뛰어내린 형들은 저 아래 한쪽에 모여있다.

날개를 펴지 못하면 맨바닥에 떨어져 그냥 죽을 수 있다

날개를 최대한 펴고 나르며 떨어져야 착지할 수 있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눈을 떠보니 내 발은 땅 위에 서 있다

나를 지켜보던 사진가들, ! 하며 감탄과 박수 소리가 들린다

아빠 엄마가 나무 위에서 잘했다, 장하다 하시며

형들 있는 쪽으로 가라 하신다

 

 

 

 

 

비척거리며 형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쉬고 싶다. 엄마는 빨리 오라 재촉한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로 채이고 자동차에 치일까 봐

엄마는 안절부절못하고 소리친다

 

 

 

죽을 힘을 다해 걷는다. 엄마가 고기를 갖고 와서

빨리 이거 먹고 힘내라 하시며 먹여 준다.

그러나 먹을 힘도 없어 먹질 못하겠다

 

 

 

계속 비척대며 간신히 형들이 있는 곳에 갔다.

형들은 나를 만나자 무사히 온 것에 다 함께 기뻐한다

이젠 내일부터 얼마간 아빠 엄마가

우리에게 세상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단다

잘 배워서 나도 크면 우리 엄마 아빠처럼 노래도 잘하고

사냥도 잘 하는 멋진 아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