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시 / 백경화
훤칠한 키 우뚝 솟은 콧날
보랏빛 얼굴에
보랏빛 눈을 가진 여자
도도한 자태로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가
그녀의 얼굴 한번 보려면
무릎 끓고 사죄하듯
바짝 엎드려야만 겨우 볼 수 있는
그러나
아침에는 수줍은 아가씨처럼
머리 내려 얼굴 가리다가도
오후가 되면
긴 머리 바짝 올려 세우고
속옷까지 몽땅 걷어 올리고는
요염한 자태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화냥기 있는 여자
알몸으로 서있다
분 향기 폴 폴 날리며
2015년
시집 '술래잡기' 렌즈속으로 본 세상 에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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