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서구청에서
수상 뮤지컬을 끝내고 소감을 모아 책으로 낸 원고 2편.
나도 수상뮤지컬 배우였다(1)
여사공 ; 백경화
난생 처음 수상뮤지컬 여자사공 배우가 되어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서구청으로 향한다
여자 사공과 여인네들을 포함하여 200여명은 서구청 대강당에서 도완석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한 줄로 줄을 서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호에 마추워 손뼉을 친다.
이러기를 두어 달, 도감독님은 목이 쉴 정도로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별 진전이 없었다.
자리를 넓혀서 서구청 앞 공원에 가서 하기도하고 공연에 임박해서는 갑천의 잔디밭에서 했다
장마철이라서 우의를 입고 하지만 더워서 땀으로 비로 온몸은 다 젖었고 신발은 진흙수렁에 빠져서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오기를 여러 번, 그럴 때마다 밤 11시 넘어 자정께나 들어와서 옷과 신발 세탁하고 샤워하고나면 새로 1시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기를 여러 날이었다. 숨이 탁탁 막히게 더운 날도 시멘트 불볕 바닥에 앉아서 감독님 말 경청하고 연습하고 그래도 불평불만 없는 우리 여인네들, 특별한날 제삿날만 빼놓고는 꼭꼭 참석했다.
그런 이유가 뭘까? 여기 나온 사람들은 거의가 동에서도 통장 아니면 봉사 생활하는 주부들이었다. 내가 이일을 함으로서 내가 사는 우리 서구가 좋아진다면 기꺼이 응한다는 마음 자세였다 또 참석했으면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해야한다는 집념과 나를 위해서는 평생에 처음 해보는 배우 역할, 비록 액스트라지만 추억을 만들어볼 욕심이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다니다보니 점점 보이지 않는 매력은 또 하나의 행복으로 이어져 발걸음을 재촉케 하였다.
이번의 수상뮤지컬은 아무리 주연 조연이 잘해도 우리 같은 액스트라가 없었다면 평범한 뮤지컬이었을 것이다.
100여명의 우리 여자사공들은 시작하면서 명학소 주민들의 생활로 수상뗏목을 타고 건너면서 심상치 않은 하얀 꽃등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강을 건넜다.
또한 민중봉기를 일으킬 때 우리 200여명의 여인들은 긴 장대와 햇불을 들고 고려성 앞 전쟁터로 돌진하면서 같이 함성을 질렀다.
다시 고려성 앞에서 하얀 꽃등을 들고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네온사인이 반짝이듯 화려함을 주었다
마지막에는 민중봉기를 일으키다 실패하여 죽은 영혼들이 구천을 떠도는 장면에 우리가 200여개의 꽃등을 하늘높이 날려서 하늘을 꽃밭으로 수놓았다. 관중들은 함성과 박수를 치며 뜻을 알고 보는 사람들은 콧등이 시큰해졌다한다. 이런 역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는 인터넷에 올린 기자들의 동영상을 보았다. 신문도 보았다 서구청에서 상영해준 영상도 보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우리의 화려한 영상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무척 서운 했다. 그러나 액스트라는 언제나 외로운 것, 액스트라는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 아니던 가
고려성 앞에 백성들이 없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가 있으므로 고려성은 더 화려하고 장엄했다 우리는 항상 무대 뒤에서 행위와 의미를 부여한 수상뮤지컬 배우였다
공연 중에 뗏목을 타는 장면
도완석 감독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작정 줄을 세워놓고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하나 둘 셋 넷 세는 연습을 날마다 반복해서 석 달을 시켰다. 알고 보니 단체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질서를 가르쳐 준 것이다.
나는 막상 본 깨임에 들어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출연자들은 비가 와서 리어설을 한번도 못하고 본 공연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도 시작해놓고는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또는 한번도 보도 듣지도 못한 새로운 역할을 줘서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모두가 연습 때보다 알아서 잘 해냈다. 명령만 떨어지면 재빨리 자기 자리로 가서 줄을 서고 척척 해낸 것이다.
단체 생활에서는 질서가 우선이었다. 질서만 잘 지킨다면 어려운 일이 없다는 걸 깨닭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여자들의 세계에서 많은걸 보고, 배우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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