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331

호반새 유조 이소하던 날

2023년 7월 12일 호빈새 유조 세상에 첫발을 내딛던 날 - 신원사에서 방금 형들이 뛰어내리고 이제는 내 차례다 밖을 내려다보니 아슬한 낭떠러지, 가슴이 두근두근 저 길을 뛰어내려야 부모 형제를 만나고 앞으로 저 푸른 하늘을 날며 살 수 있다 밖에서 엄마 아빠가 빨리 뛰어내리라 연신 소리친다 먼저 뛰어내린 형들은 저 아래 한쪽에 모여있다. 날개를 펴지 못하면 맨바닥에 떨어져 그냥 죽을 수 있다 날개를 최대한 펴고 나르며 떨어져야 착지할 수 있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눈을 떠보니 내 발은 땅 위에 서 있다 나를 지켜보던 사진가들, 와! 하며 감탄과 박수 소리가 들린다 아빠 엄마가 나무 위에서 잘했다, 장하다 하시며 형들 있는 쪽으로 가라 하신다 비척거리며 형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얼마나 긴..

꾀꼬리와 새들의 낙원

38. 꾀꼬리 대청호 주변에 꾀꼬리가 육추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과 촬영한 사진을 보고 급한 마음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꾀꼬리가 있다는 둥지 주변에 가니 있어야 할 대포 카메라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장소를 잘못 알았나? 새끼가 아직 이소 할 때는 안되어 보이던데. 이쪽저쪽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이 근방에 사는 지인한테 전화했다. “언니 어제 이소했어요” 한다.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아침부터 두어 시간을 걸려 찾아 왔는데 너무 서운해서 눈가에 눈물이 빙 돈다. 그런데 마침 꾀꼬리 두 마리가 내 앞으로 날아와 앉았다. 재빨리 삼각대 세우고 세팅을 서둘렀다. 촬영하려던 순간 저쪽으로 쌩~ 날아가 버린다. 육추장면은 못 찍어도 어미라도 담을 욕심으로 쫓아다녔다. 그러나 꾀꼬리는 저 ..

장닭

37. 장닭 (2021-2-3. 유등천변) 1시간을 걸으며 천변을 살펴보아도 흔한 오리 한 마리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문득 천변에서 사는 빨간 장닭이 생각난다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 볼까 마침 꼬끼오하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빨간 장닭이 높은 곳에서 천변을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울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닭집을 향하여 걷는다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을 걷는다. 집 집마다 시계가 없던 시절 새벽에 꼬끼오~ 하고 빨간 수탉이 울면 어머니는 일어나 큰 자식 등굣길 밥을 지으시고 오라버니 십 오리길 학교 가고 나면 수탉은 또 한 번 울었지. 그때는 수탉이 유일한 시계였지. 4시쯤에 꼬끼오~ 꼬끼오 첫새벽을 알리고 한숨 더 자고 나면 또 한 번 울었지. 아침이 밝았으니 빨리 깨어나라고 집집마다 닭들이..

검은댕기 흰죽지

36. 검은 댕기 흰 죽지(2023-3-3. 안영리천)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검은 댕기 흰죽지가 유등천에 왔다. 며칠 전에는 장태산 저수지에서 하얀 옷을 입고 눈과 머리가 붉은 예쁜 흰 죽 지를 보고 너무나 기뻐했는데 오늘은 눈이 노랗고 검은 옷을 입은 흰죽지를 만났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내가 걷는 산책길 유등천에 나타났다. 오늘도 카메라 가방을 메고 산책코스인 뿌리공원을 간다. 사정교 다리 부근에서 웬 오리들이 여러 마리가 놀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오늘 처음 보는 오리로 생김새도 멋지고 예사롭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조금 떨어진 둑에서 삼각대를 펴고 서 있으니 조금은 경계하는 듯하나 그냥 물속에서 쌍쌍이 자리를 옮기며 즐겁게 잠수하며 수영을 하고 ..

검은 등 할미새와 검은 턱 할미새

35. 검은 등 할미새와 검은 턱 할미새 (2023-3-3. 뿌리공원)) 뿌리공원 호수에서 원앙새를 촬영하러 갔다가 만난 할미새. 호수 입구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작은 새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와 물가로 날아간다. 나를 보고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급한 마음에 무거운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날아다니는 새들을 향해 셧터를 누른다. 새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수많은 사진 중에 몇 캇트 골라서 올려 본다. 새를 촬영하면서 이름을 몰라 백과사전을 많이 찾아본다. 대게의 새들은 생김새로 이름을 지었다 이 할미새도 등이 검어서 검은 등 할미새로 이름 지었단다. 할미새는 아주 작은 새로 우리나라에 10 여종이 있는데 모두 할미새라 하며 생김새에 붙여..

곤줄박이

34. 곤줄박이 (2022-4-1. 집 앞) 몸집이 작고 색깔이 예쁜 새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땅을 쪼고 있다. 어머나 저렇게 작고 예쁜 새가 있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몇 년 전에 산에서 보았던 곤줄박이다. 그때 작고 예쁜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동작이 너무 빨라서 못 찍었던 그 새 오늘 내 눈앞에서 바쁘게 옮겨 다니며 땅을 콕콕 찍고 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하지만 잠시도 한 곳에 있지 안하고 날아다니며 워낙 작고 거리가 멀어 또렷하게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다음 날 또 그 자리에 갔다. 이 근방에서 사는지 또 왔다. 이번에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느긋하게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하고 있다. 찰칵! 셔터 소리가 나니 재빨리 날아가 버린다. 이제는 사진 찍는 솜씨가 전보다 늘었으니..

쇠딱따구리

33. 쇠딱따구리 산책하다 만난 딱따구리 길가 나무 위에서 딱딱딱 나무를 쪼고 있다 뾰족한 부리 하나로 집터를 파내고 동그랗게 다듬어내는 솜씨는 조각 예술가 하루에 집 한 채씩 거뜬히 짓는다는 훌륭한 건축가 올 때마다 살던 집은 집 없는 다람쥐나 동고비 다른 동물에게 무상으로 주고 다시 집을 짓고 산다는 인심 좋은 딱따구리 딱 딱 딱 투명하고 맑은 소리 청아한 울림으로내 가슴을 파고든다

길고양이

32. 오라버니의 길고양이 이야기 새집 짓고 이사한 지, 며칠 안 되어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니 고양이 한 마리 빤히 쳐다보다가 홀짝 뛰어들어 온다 내 보내려 했으나 고양이는 내가 앉은 소파 아래에 벌렁 누워 버리고 누운 고양이를 보니 배가 남산만 하게 불러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라고 내버려 두었더니 한심 푹 자고 밥을 주니 다 먹고는 여기저기 기웃대며 돌아다니다가 저녁때는 문 앞으로 가서 야옹야옹하며 문을 긁는다. 문을 열어주니 슬그머니 나간다, 다음날, 아침에 누가 문을 두드려 문을 여니 그 고양이가 와서 잽싸게 들어온다. 종일 내내 거실에서 놀다가, 자다가 먹다가, 저녁때가 되니 또 현관문 앞에 서서 야옹야옹 문을 열어주니 또 어디로 가는지 나간다. 또 다음 날 오고, 이렇게 ..

원앙새

30. 원앙새 얼마 전 뿌리공원 호숫가를 걷고 있는데 건너편 호숫가에 무슨 물체가 희미하게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무엇일까 요즘 처음 보는 새와 오리가 가끔 보이던데 혹시 이름 모를 오리일까 아니면 물새일까. 갖고 다니는 300 미리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보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알록달록 예쁜 원앙새들이 물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있다. 대전에 그것도 내가 자주 걷는 산책길에 귀한 원앙새가 무리 지어 있다니 언제부터 살았을까? 요즘 새들에게 미쳐 날마다 새를 찾아다니며 촬영하는 나에게 이런 반가운 일이 있을까. 가슴이 쿵쿵 뛴다. 오늘은 망원렌즈가 작아서 내일을 기약하고 집에 온다. 기쁜 마음에 발걸음도 가볍다. 밤에는 잠도 쉽게 오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