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세존봉 등산
(2004년 4월 11~13일)
얼마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금강산! 모든 규제 속에 지정된 장소만 보고 온다해도 누구든지 한번쯤은 꼭 가 보고싶은 곳이 북한땅이다. 관광회사에서 만물상과 세존봉까지 등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선뜻 신청한 우리대전YWCA산악회회원들은 신청한지 한 달만에 드디어 북한 땅을 밟게 되었다.
밤새 준비해간 점심을 설악산 휴게소에서 맛있게 들고는 서둘러 도착된 곳이 고성의 금강산 관광호텔. 금강산을 가려면 누구나 이곳에 와서 신고해야만 하는 장소였다. 벌써 관광차가 여러 대와서 우리와 똑같이 수속을 밟고는 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시간이 되어 통일 전망대로 갔다. 금강산에서 나오는 관광객들이 검문을 마치고 나오자 우리가 외국여행 때와 똑같이 검사를 받고 나가, 30인승 승합차에 몸을 싫고 북으로 향했다.
(사진은 모두 필림사진을 스캔하여)
20여대의 버스는 나란히, 그리고 천천히, 흙먼지를 일으키는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우리의 국군들이 근무하는 늠름한 모습이 보이고 철책선이 없는 남북한의 경계선을 넘어가니, TV에서나 보았던 큰 모자를 쓴 북한 군인들이, 마네킹같이 서서 우리의 행렬을 지켜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조금 가서는 군인 두 명이 올라와 검문하기도 했다. 안내원의 말인즉 그들이 올라오면 눈을 감아도 안되고 웃어도 안되고 발을 가지런히 해야되고 말해도 안되고, 이런 주의사항을 듣는 순간 차안은 써늘한 바람이 감돌았다. 굳은 표정으로 딱딱한 분위기 속에 첫 대면을 하자니 왠지 긴장도 되고 삭막한 기분이 들어 나는, ‘듣던 대로 이것이 북한사회의 현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거리로는 그다지 멀게 보이지 않았으나 시간상으로는 1시간 반정도 걸려 도착한곳이 북측의 통행검사를 받는 CIQ, 바로 옆에는 금강산 팬션이 있고, 앞으로는 관광선인 해금강호텔이 물 속에 떠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고는 다시 차를 타고 온정각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휴게소로서 식당과 기념품상회, 문예회관, 현대회장이었던 고정주영 시비가 있으며 남북한 가족상봉 면회장소인 흰색 건물도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금강산의 비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이는 곳으로서 남측 관광객들이 다 모여 식사하며 관광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그곳의 온정각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준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밤에는 몇몇 회원과 바람 씌러 나갔다가 해금강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라이브 생음악을 들려주며 노래자랑도 해서 우린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시원한 생맥주한잔으로 갈증을 풀었다. 때마침 북한에 방문중이었던 현대아산 김윤구 사장을 만났다. 우리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맥주와 안주, 떡을 사 주었으며 우리가 떼를 쓰며 신청한 ‘그리운 금강산’ 가곡을 아주 멋지게 잘도 부르시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으로 부를 때는 호텔 안에서 근무하는 남북한의 종사자들도 같이 서서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이런 자리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우리 회원들 모두 같이 나왔을 텐데... 아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의 아침은 바람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봄날이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저 금강산의 정상에 서서 온 세상을 보게되리라.
-귀면암에서
8시 30분,
구룡연코스를 가는 수백 명의 관광객들과 한 줄로 행군이 시작되었다.
세존봉까지 가는 사람들은 우리들뿐, 아무도 없다.
안내자들은 등산하는 우리먼저 앞세우고 관광객들은 뒤따라오게 했다.
각종 오물을 버릴까봐 감시하는 감시원들은 벌써 올라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옥류동의 계곡은 정말 깨끗했다.
날마다 육 칠백 명씩 왔다가는 이 산에 저 감시원이 없다면 지금 이 계곡이 어떤 모습일까?
여러 사람 속에서 감시원들의 눈길을 받으며, 조금은 어수선한 행렬 속에 구룡폭포에 도착했다. 이 폭포는 길이가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60미터의 장백폭포보다 길다고 어느 책자에서 본 것 같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구룡폭포 위 상팔담까지 가거나 아니면 내려간다.
따라온 친구들 4명은 그들과 합세하고 우린 구룡폭포전망대에서 폭포를 감상한 후, 우리만의 호젓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그때서야 우리 34명에게 따라붙은 안내원과 감시원들이 10명이나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강산 만물상 천선대에서 인증샷.정상에 자리가 좁아서 설수가 없다.)
그들은 우리의 맨 앞과 뒤에 서서 올라갔다. 가파른 돌계단과 철계단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면서 힘들게 고개에 올라서니 이름 모를 기이한 암봉들이 펼쳐있다. 궁금하여 물어보면 대답이 시원치가 않다. 눈으로 익히고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내려가면 기념품 상회에서 금강산지도를 살 생각으로.... 그러나 참고가 될 만한 책자를 찾아보아도 없고 지도도 없다는 것을 내려와서야 알게되었다. 등산지도가 그려있는 수건을 샀으나 그것도 자세한 표시가 없다. 물론 연구하고 찾아보아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고개에서 직경사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길은 또 숨차고 다리 아픈 길이다. 잠시 쉬면서 감시원들에게 간식으로 가져간 쵸크렛과 초크파이를 조심스럽게 건네 주었다.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자꾸만 권했더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 이렇게 조금 쉬는 사이에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 후론 산행이 훨씬 즐거워졌다. 철사다리를 타고 올라서니 세존봉이 보이면서 너머로는 까까 지른 절벽이 있고 암릉길이다.
3시간 반만에 세존봉 정상에 섰다. 이 세존봉은, 해발1,160미터의 암봉으로 비로봉과 만물상정상인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전망대와 더불어 금강산 5대 전망대에 속한다는 이름난 곳이다. 멀리로는 동해바다의 해금강과 삼일포로 보이는 절경이 그림처럼 떠있고, 건너로는 눈 쌓인 하얀 금강산이 병풍을 둘러친 듯 펼쳐있으며, 절벽 아래로는 쭉쭉뻗은 암봉들이 수백 미터 되게 서있다. 집선봉은 날카로운 칼날을 전시해 논 만물상이고 바로 앞으로는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이 하얀 눈으로 치장하고 위용 있게 서있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 날씨에 금강산에 올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감상하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1시. 뒤돌아 능선에서 하산 길로 들어섰다. 절벽 끝에 매달린 80여 미터의 철사다리를 타고 내려올 때, 녹슬고 낙후된 사다리가 흔들거려서 간담이 서늘했다. 눈비가 올 때라던가 바람이 불때는 통행이 불가했다. 그곳만 지나면 대체적으로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는 길이었다.
한시간 쯤 내려오니 계곡이 시작되고 점점 동석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넓은 암반 위에서 주옥같이 흐르는 물을 떠서 마시니 갈증이 해소되고 가슴속이 뻥 뚫리듯이 시원했다. 멀리 보이던 집선봉이 머리위로 와 있다. 안내원과 감시자들과 암반에 앉아 농담도 하고 웃으며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질문은 주로 선생님은 몇 살이십니까? 자녀는 몇입니까? 우리가 사실대로 대답하면 젊다는 표현으로 깜짝 놀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게 7시간만에 산행은 끝이 났다.
만물상!
이름만 들어도 풍경이 떠오르듯 수 만 개의 크고 작은 암봉들이 절경을 이뤘다. 이곳을 가려면 106구비를 돌고 돌아 올라가는데 차를 타고 77구비 올라가고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간다. 오른쪽으로는 거북이바위, 닭바위, 갖가지 짐승 모양의 바위들이 높은 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왼쪽으로는 삼선암, 귀면암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인 천선대는 해발 936미터 되는 뾰족한 암봉으로 사다리 타고 50분은 올라간다. 정상에서면 만물상의 전경이 한눈으로 다 보이는 전망대다. 펼쳐진 망양대의 절경은 수석 전시장이며 한 폭의 그림이고 예술이다. 아쉽게도 설자리가 없어 사람에 밀려 내려와야 했다.
금강산을 보고 누가 옆에서 설악산과 어느 곳이 좋으냐고 물었다. 나는 순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의 장가계와 원가계, 설악산, 금강산, 캐나다의 록키, 그밖에 외국의 유명한 산을 가보았지만 그 모습 각기 다른 표현과 감정을 주었다. 어디가 더 좋다 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신비스럽고 아름답기만 하였다.
금강산!
비록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감회가 깊었다. 세존봉에서 본 비로봉과 집선봉, 천선대에서 본 만물상, 너무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는다.
캄캄한 온정리마을, 들판에서 삽 들고 공동 작업하는 남녀들, 그리고 평범한 감시원들의 모습이 왠지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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