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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폭설이 내리는날 무등산에 오르다

산의향기(백경화) 2014. 12. 19. 21:39

     2014년 12월 16일.

어젯밤 일기예보에 무등산에 눈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마침 모 산악회서 무등산을 간다기에 아침에 나섰다.

아침부터 눈은 내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들떴다.

오늘 새하얀 설경과 입석대, 서석대의 설화와 빙화를 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광주에 거의 도착하니 눈이 그치고 새하얀 눈은 없었다. 하지만 무등산은 있겠지 하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아주 거대하고 높은 산에 하얀 눈이 쌓였다. 알고 보니 무등산이다. 

무등산 입구에 가니 이게 웬일인가, 눈이 펑펑 쏟아져 하얗게 쌓였다.

와~ 가슴이 두근거리며 마음이 급했다. 나는 시간을 넉넉히 다섯 시간 달라하고 앞장서서 올랐다.

 

 

같이 온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진을 찍으며 올라갔다.

언제부터 왔는지 벌써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활짝 피었다. 온 세상이 하얀 세상이다.

나는 올 들어 눈산을 처음 왔다. 그래서 더 마음이 설렐 것이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내리니

사진기에 눈이 쌓여 사진 찍기에 애로가 많았다. 그래서 가방에 넣고 빨리 올라가 서석대에 가서 찍자.

 

 

땅이 얼어서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눈이 왔지만 이미 얼어있는 상태고 앞서 간 등산인들이 밟고 간 터라서 빙판이다.

아이젠 끼고 스틱으로 몸을 지탱하고 천천히 올라갔다. 그런데 앞서 간 회원들이 한 사람씩 둘씩 내려온다. 이유인즉

미끄럽고 눈보라 때문에 전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내려온다고. 하지만 나는 언제나 중도 포기란 없다.

더구나 오늘 그 아름다운 서석대와 입석대의 눈꽃을 봐야 한다. 중머리재에 올랐다.

듣던바로 앞이 캄캄하게 보이지 않았다.

몇몇 회원들은 날이 좋아질까 하고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금방 좋아질 것 같지 않지만 아쉬워서 서 있었다.

 

 

어떤 남자 회원이 내가 올라가면 같이 간다기에 잘되었다 싶어 나는 단단히 매무새를 조이고 앞장섰다.

그런데 천지사방을 둘러봐도 좀 훤해지는 기색도 없고 더 캄캄해진다.

바람은 더 쌔지고 눈보라가 심상치 않았다. 앞서가는 사람, 쫓아오는 사람,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 서서 망설이고 있는데 같이 가던 회원이 내려 가지요 한다.

 

 

나는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다 내려오는 동안도 계속 눈보라가 때렸다. 올라갈 때 더워서 겉옷을 벗고 올라간 터라 속옷은 젖어 눅눅하고 사진기는 꺼내지 못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바람이 불면 나무에서 눈이 떨어지는데 무슨 눈사태가 난 것처럼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참 잘 내려왔다 싶었다.

오랜만에 오랜 산행, 하얀 눈 속에서 산행은 참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