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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 덕유산-산행기

산의향기(백경화) 2009. 12. 11. 21:49

천상의 화원 : 덕유산   (2001. 7.19)

한없이 순수하고 연약해 보이는 야생화의 자태

 

덕유산은 해발 1,614미터나 되는 높은 산으로 어디로 올라가든 7~ 8시간 걸리는 코스이다.

오늘은 동엽령의 원추리꽃을 보기 위해, 무주군 안성면 자연학습원 쪽으로 올라가 경남 거창의 송계사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진달래 팀과 같이 두 대의 버스로 출발해서 새로 난 남부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교각으로, 터널로, 거침없이 내달려 산행 기점인 안성리 자연학습원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 길고 긴 산행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숲이 무성한 산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덥던 날씨가 크나 큰 산 속이라서인지 바람결이 시원했다. 장마철이라서 계곡 물이 불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하얗게 철철 흘러내렸다.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시원하였다.

그렇게 2시간을 오르니 동엽령(1,320미터 )능선이었다. 여지껏 보이지 않았던 푸른 하늘이 보이고 산들바람이불어 시원했다. 넓은 초원 위에는 만발한 야생화로 꽃잔치가 벌어졌다. 노랗게 핀 원추리꽃, 주황색인 산나리꽃, 빨갛게 핀 싸리나무꽃, 하얀 취꽃, 엉겅퀴꽃, 그밖에 많은 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이런 꽃들이 바람 따라 유연하게 파도를 친다. 거센 파도를 거역하지 않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드리기나 하듯 오히려 즐기면서 넘실거렸다. 그래서 부러지거나 상처받는 일도 없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도 오색의 물결 따라 움직인다. 춤추는 물결 위로 새 한 마리 앉으려다 파드득 하늘높이 솟아오르며 삐리삐리 삐리리 노래하며 빙빙 하늘을 날고 있다. 나비와 잠자리 떼들도 덩달아 바쁘게 움직였다. 누군가 옆에서 덕유산은 천상의 화원이다 말했다. 더 이상 설명할 방법이 없는 적절한 표현이었다.

 

 

 

 

 

 

이곳은 남덕유와 북덕유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남덕유로 뻗은 능선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남덕유로 가는 능선이 꿈틀꿈틀 환상적으로 보인다. 내년 이맘 때면 저곳을 종주 하리라 마음 먹고 우린 북덕유산을 향해 숲 속 길로 들어섰다. 길가에 채송화꽃처럼 작은 빨간 꽃이 삐쭉 고개를 쳐들고 나와 저도 한 몫 하겠다 애교를 떤다. 옥잠화 같은 이파리의 꽃봉오리는 보라색으로 몽울몽울 금방 터트릴 기세로 준비되어 있었다. 송계 삼거리 봉을 못 미쳐 오름 길에는 또 다시 원추리 꽃으로 물결을 이루었다. 정성 들여 가꾸어 논 정원의 소담스런 장미꽃이나 국화꽃이 이보다 더 아름답겠는가? 모진 세파를 잘 견디는 강인한 내면과 겉으론 한없이 순수하고 연약한 야생화의 그 자태는 우리 한국인의 어머니들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위대하게 보였다.

 

 

 

 

 

 

야생화에 반해 멀리는 눈 돌릴 겨를도 없이 어느덧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송계 삼거리에 올랐다. 바로 위로는 중봉, 그 옆으로는 정상이 가깝게 올려다 보였다. 우리가 밟고 온 능선길과 남덕유으로 뻗은 짙푸른 능선이 선명하게 보였다. 무룡산과 삿갓봉, 남덕유산이 키를 재고 있듯 뾰쪽뾰쪽 앞다투어 서 있었다. 우리가 하산할 송계리 능선도 길게 펼쳐있었다. 남쪽으론 하늘과 맞닿은 지리산이 장쾌하게 펼쳐 있었으며 아스라이 보이는 노고단에서부터 천왕봉까지의 장대한 능선 100길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다.

우린 할 일을 마친 사람들처럼 송계봉에서 느긋하게 앉아 경치를 감상하며 점심을 먹었다. 적어도 이 시간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자처하며 요리저리 세상을 굽어본다.

하산 길은 계속 하늘도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속으로 3시간을 걸려 내려왔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회원들, 다섯명이 땅벌에게 쏘였다. 산길을 걷다보면 종종 흙이 부수수하게 소복이 쌓이고 쥐구멍 만하게 뚫린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이 벌집이다. 그런 것이 발견되면 밟지 말고 피해가야 한다. 모르고 밟았다하면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는 격이 된다. 그 날도 앞서가는 회원이 밟고 지나간 후 공격을 달했다. 전경숙씨는 아프다는 다리에 벌에 쏘였다. 벌침 맞아 약이 되겠다면서 웃으며 내려왔는데, 그 중 진달래 팀 회원 한 명이 혈관을 쏘였는지 심각해서 병원까지 들렀다 왔다. 산에 오래 다니다보니 이런 저런 갑작스런 일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해서 별 일 없었지만 앞으로도 순풍에 돛단 듯, 어려운 일이 없기만을 마음속으로 기도할 뿐이다.

(산행시간 6시간 30분) (2001.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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