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참새

산의향기(백경화) 2021. 8. 16. 20:59

참새  포토 에세이

 

오늘은 또 무슨 새를 만날까. 저번에 학교 정원에서 보았던 꾀꼬리가 혹시 오늘 올지도 몰라 아니면 무슨 새인지도 모르고 찍었던 검은 댕기 머리 물새가 다시 올지도 몰라. 그도 아니면 방울새 우는 소리도 들리던데 혹시 알아? 내 눈앞에 나타날지.

아침마다 걷기 운동하며 카메라 매고 나가는 여자는 오늘의 운세는 어떨까 기대하며 나간다. 그럴 것이, 나가면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작품 소재가 종종 있었기에 그런 기대를 해봄 직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낮에는 감히 나다닐 생각도 못 한다. 더구나 지난 7월에는 그 더위에 며칠간 대청호로 식장산으로 나들이하러 다니다가 피곤하여 얻은 대가로 한 달간을 병원에 다녔기에 요즘 몸을 많이 사리는 중이다.

 

 

 

 

오늘은 날씨가 좀 선선한 거 같아 가까운 대학교 정원으로 가서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참새라도 담아볼까 혹시 자세히 관찰하면 무슨 좋은 소재가 있을지도 몰라하며 간다.

이곳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정원에는 작은 동물원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염소 닭 토끼 오리 이밖에 몇 종류의 동물들이 넓은 사육장에서 같이 모여 있는 작은 유치원 동물원이다. 그런데 거기에 또 수백 마리의 참새 떼와 비둘기 까치 멧새도 수시로 오는 동물원이다. 사료를 주는 시간이면 다 모여들어 한 가족들처럼 식사하는 것을 보면 동물들의 세계가 이런 점도 있구나 하는 관심이 들기도 한다. 서로 싸우지도 않고 마치 대가족이 모여 정답게 지내는 공동체처럼 먹고 나면 다시 저희끼리 모여 제 삶의 터전인 숲으로 들어간다. 참새들은 떼를 지어 우르르 날아왔다가 우르르 날아가는데 바로 옆에 있는 정원수 소나무 숲 속이다.. 짹짹거리며 잠시 그냥 안 있고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 참새 떼를 한번 따라가 보았다. 언제 이렇게 대가족이 되었을까 짹짹거리고 지지 굴대는 소리는 정말 시끄러웠다. 대체 얘들은 무슨 할 말이 이리도 많을까. 내가 저희 헤치려는 사람인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말도 하겠지. 여차하면 빨리 도망치라는 말도 했을지도 몰라. 정말 수다스럽게 떠들어댄다.

 

 

 

 

 

참새를 보면 항상 옛날 유년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밤 하얀 눈이 내리면 오빠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 잡는다고 혼자 신났다. 눈이 오면 먹을 것이 없으니 집으로 찾아 들어오는 새를 잡기 위해서 마당에 집으로 새끼줄 꼬아 만든 둥그런 삼태기로 새 덫을 놓고 그 아래에 볍씨를 한 주먹 뿌리고는 덫에 줄을 달아 방안까지 느린 다. 사람이 있으면 새가 오지 않으니 방에서 창호지로 바른 문을 구멍 내어 쳐다보며 새 오기를 기다린다. 새가 모이를 보고 와서 쪼고 있으면 오빠는 줄을 잽싸게 잡아당기고 순간 새는 삼태기에 덮쳐 잡힌다. 오빠는 그 새를 꺼내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구웠다. 어미 손가락보다 작은 시커멓게 탄 새고기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조금 찢어주며 먹어봐 맛있어! 하며 준다. 혼자 먹어도 한입도 안되는 참새고기를 오빠는 동생에게 아낌없이 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오빠는 그 한입을 얻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참새고기가 맛있고 배고파서 그렇게까지 수고하진 않았을 거다. 그때 오빠가 주는 쫄깃하고 탄내 나는 반점도 안 되는 사랑의 참새고기는 쫄깃하고 구수한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요즘 참새는 시대에 따라 사람처럼 다이어트를 하는지 아주 늘씬하고 세련미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참새가 아니고 참새 4촌인가 했다. 전에 보았던 참새는 털이 부월 지하고 통통했었는데 토종 참새가 아닌가 했다. 그런데 참새 사진을 찍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참새는 겨울철에는 추워서 옷을 많이 껴입고 여름철에는 더우니까 옷을 벗어서 그렇다 한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다 그때그때 상황에서 살기 마련으로 하나님은 애초부터 조물주를 다 그렇게 만들어 내셨나 보다.

 

흔한 텃새로 쉽게 볼 수 있어 눈길도 안 주었는데 오늘은 참새를 따라다니며 참새의 노랫소리인지 수다 떠는소리인지 모를 참새들 속으로 들어가 옛날의 추억도 뒤 새기며 숲 속에서 제대로 힐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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