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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노자산 -산행기

산의향기(백경화) 2009. 12. 7. 23:11

 거제도 노자산

 

 

 노자산은 거제도에서 가라산 다음에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가라산은 노자산과 연결되어있고 6시간 이내로 두 산을 종주할 수 있으며 산행하는 내내 남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며 즐겁게 등산할 수 있는 산이다. 오늘은 대전 오량산악회가 등산하는 날, 3시간 산행 후 통영 어시장에 들릴 심산으로 노자산을 선택해서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산행목적지인 거제 휴양림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생각지도 안았던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늦게나마 노자산의 단풍과 이른 감이 있지만 일찍 피는 동백꽃을 보려고 왔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쪽 지방이 대전보다도 더 추우니

 

추워 보이는 하얀 산을 보니 쉬운 길을 찾아가고 싶다.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입장료와 주차료가 문제가 되어서 다시 뒤돌아 계획했던 학동고개로 올라갔다. 몇 년 전에는 없었던 등산로, 지도 보고 온지라 걱정했는데 등산로 간판이 있고 등산로 길은 숲 속으로 잘 나 있었다.

앞에는 큰 동백나무 몇 그루가  빨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산행 초입에 들어서니 주변의 나무들은 갑자기 이번 추위에 홍역을 치른 듯 메말라 있고 하얀 겨울산으로 변장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빨간 단풍잎은 마지막 정열을 토해낸 듯 더욱 빨갛게 추위에 떨고 있었다. 미끄러운 눈길을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움추러 들었던 내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밋밋한 야산의 능선을 올라가다 한차례 급경사를 올라 치니 큰 암석이 있고 다시 한차례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그야말로 전망이 툭 터진 바위에 올라섰다. 지도를 꺼내보니 이곳이 벼 늘 바위다. 이 벼 늘 바위에 오르니 거제도의 광안리, 학동해변 마을과  몽돌해수욕장이 발아래에 펼쳐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인 외도가 둥그럽게 바다 위에 동둥 떠있다. 오른쪽으로 바다 안으로 섬처럼 길게 들어가 있는 곳이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으로 보인다.  연이여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쉬워서 카메라에 몇 번이고 담는다.

 

여기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는 가라산 가는 길이고 오른 쪽은 전망대를 거쳐 노자산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10분도 못 가서 전망대가 나왔다. 언제 지어 놓았는지 목조로 지은 3층 정자로 특이하게 처음 보는 정자다. 이 정자 위에 올라가야만 전망이 다 보인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바람 불고 추워서 전망대에 올라갔다가 날아갈 뻔했다. 정자 아래 눈 위에서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으며 이것이 진짜 산행의 진미다 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또 만남의 광장이다 빙 둘러 산길이 여러 군데 있다. 가라산에서,  학동고개에서, 휴양림에서, 또는 율포리 쪽에서 올라오는 합수점이다.

이젠 정상을 향해 전진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암릉길이 이어지는데 몇 발자국을 가다 보니 길이 온통 얼어서 위험했다. 할 수없이 20명의 회원들은 정상으로 가고 나머지 회원들은 올라왔던 길로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했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이런 돌발 사태가 일어난다. 등산을 많이 다닌 사람들은 왼만한 코스는 등산장비 없이도 다닐 수 있지만  초보 등산자에게는 장비도 갖추지 않고 산행을 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목적지인 정상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아쉽지만 우리 10여 명의 회원들은 오늘 여기가 목적지로 삼으면서 만족해했다.

 

3시,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한 회원들, 모두 만나 통영 어시장으로 출발!..   금방 잡아 올린 펄펄 뛰는 생선회와 하산주를 마시는 우리 회원들, 오늘  이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다.                               

 

(2009.11.17.) 산행코스:학동고개- 벼 늘 바위-전망대-노자산-자연휴양림(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