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대청봉에서 낙산사로- 산행기

산의향기(백경화) 2013. 1. 13. 15:22

 설악산대청봉. 2

  1박 2일로 떠난

오색- 대청봉- 소공원-낙산사 

 

단풍으로 곱게 물든 설악산을 보러가자!

한 달 전부터 설악산 관리사무소에 인터넷 예약을 접수하고, 손꼽아 기다렸다가 10월 10일 새벽,

드디어 45명을 태운 우리 차는 뿌연 안개 속으로 미끄러지듯 중부고속도로를 달렸다. 홍천, 인제, 한계령을 넘어 반쯤 물든 내설악의 경치를 감탄하며 가다 오색에서 내려 가파른 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청봉까지 5킬로미터의 오르막길, 제일 짧으면서 제일 어려운 코스다. 아무리 어려워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겠지.

우리와 타지역에서 온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질서정연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갔다.

날씨 좋고 경치 좋아, 상쾌한 기분으로 모두들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은 모두 필림사진을 스켄

 

 

 

 설악산을 처음 가보는 회원들이 많아서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가는 줄 모르게 어느덧 설악폭포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오색 단풍 속에서 싸 가지고 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험했다. 지난 태풍 때 무너져 내린 길을 보수하느라 길이 아닌 어려운 길로 가야했고 층층대 오르막길은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다. 그러나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잠시 후에는 정상에 서서 감격의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희망에 마음은 더 즐거웠다. 나는 이렇게 어려울 때마다 나와 내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끈기와 인내로 어려움을 이기고 정상에서면 그렇게 마음이 기쁠 수가 없었다.

 

  4시간 30분 만에 대청봉에 올라섰다. 땀이 범벅이 된 채 상봉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먼저 반겨주었다. 저 넓은 세상이 한 눈으로 보였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있으면서 볼 때마다 아름답게 변신해 있었다. 삥 둘러보고 또 보고, 이젠 목적지인 중청산장이 바로 아래에 있으니 급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치고 힘들 일도 없다. 저기는 공룡능선, 저기는 서북능선 ,또 저기는 화채능선, 정말 여유 있어 좋구나. 천불동 주변의 뾰족뾰족한 산봉우리가 여기서 보니 한 장의 그림 속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

 

 

 

 

 중청산장의 가을밤은 별나라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캄캄한 밤하늘에는 주먹 만한 별들이 반짝 반짝, 머리 위에서 금방 떨어질 것만 같고 속초 시내의 불빛은 빤짝빤짝, 금강석을 깔아 논 듯 반짝거렸다. 눈 앞으로는 붓으로 그려놓은 듯, 검은 화채능선이 곡선미를 자랑한다. 밤바람이 차가워 산장 안으로 들어가니 질서정연하게 누운 모습들이 조금은 피곤한 기색들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점심도시락 챙기고, 일출 맞이하러 대청봉에 올랐다. 하늘 끝에 하얀 구름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일출은 틀린 것 같았다. 그러나 동쪽 하늘을 응시하며 기다려 보지만 빨갛게 타오를 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산장으로 내려오는데 그때야 구름 위로 햇살이 솟아올라 소청봉과 온 산하에 밝게 비쳤다. 찬란한 햇살 아래 10월초의 단풍은 곱기만 했다.

7시. 우리는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봉정암 또는 소청산장에서 숙박했던 많은 등산객들은 대청봉에 가기 위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휘운각대피소와 양폭산장에는 등산객들로 대만원이었다.

천불동계곡은 단풍이 절정이었다. 암릉과 암벽 사이에서 자생하고 있는 회귀한 나무들도 고운 옷으로 예쁘게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고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수 십 미터나 높게 솟아있는 암봉의 귀면암은 그 자체가 수석이며 그곳에 붙어 사는 나무는 모두 분재였다.

 

  비선대를 지나 설악동에 도착하니 1시경. 여기까지 왔으니 바다로 가자는 의견이 일치해 낙산사의 횟집으로 향했다. 먼저 해수욕장으로 가서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으며 밀려오는 바닷물에 발을 적셨다. 꽁꽁 갇혀 있다가 물을 만난 발바닥의 촉감은, 온몸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끝없는 수평선 위로 파란 하늘과 갈매기 떼와 흰 구름의 조화는 언제 보아도 낭만적이었다.

산과 바다를, 그리고 횟집에 가서 살살 녹는 싱싱한 회까지....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2002.10.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