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울산 태화강 대나무 숲
대나무 숲의 고양이들
백경화
밤만 되면 부엌에 들어와 냄비뚜껑 찬장 다 열어젖히고 들락날락 아침상에 올릴 생선은 온데간데없고 부뚜막이며 찬장 안은 흙투성이 이었지 성질이 잔뜩 나 대나무 숲을 보고 화풀이를 하려는데 마침 어미 고양이와 눈이 딱 맞았다 새끼 고양이 옹기종기 앞에 있고 지은 죄는 있어서인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좀 미안한 눈치다 눈을 마주 보고 작은 소리로 “이놈의 고양이 쥐약을 사다 놀 거야” 다음 날 아침 부엌문을 열어보니 깨끗하였네 어미 고양이는 그날로 새끼들 모두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후회가 되었지 대나무밭에서 찬바람이 바스락거리는 날이면 왠지 쓸쓸해 고양이가 보고 싶기도 했지 그 추운 겨울날 어린 새끼들 줄줄이 대리로 어디로 떠났을까 굶어 죽지는 않았을까?
<2017. 대전문학시대 봄호에 기제>
- 시작노트 - 40여 년전 시골로 발령받아 잠간동안 살았을때 부억문이 허술하여 밤에는 뒤곁의 대나무 숲에 사는 고양이들이 들어와 야단 법석을 피우던 일이 잊혀지지 않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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