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호반새

산의향기(백경화) 2023. 7. 23. 15:40

 

호반새

 

“휘요~ 쩌러렁~ 쩌러렁~ ”

귀하신 몸 호반새가 대전 금성마을에 나타났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낭랑하고 청량한 호반새의 울음소리가 금성마을 앞산에서 또는 뒷산에서 연신 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반새는 마을 커브 도로가 반사경에 몸을 날리며 반사경을 못살게 군다. 탁! 탁!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고 힘껏 몸을 날려 반사경을 치는데 머리 터질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가 하면 강철로 만든 거울의 테두리를 부리로 잡아 물고 뜯는데 이빨이라도 다칠까 걱정이다. 만약에 저 호반새가 다치거나 무슨 불상사를 맞게 된다면 또다시 호반새를 볼 수 없으니 기대하는 희망도 깨질 터, 염려스럽다.

 

 

 

 

3일간을 내내 혼자 와서 거울에 비친 자기와 싸움을 하는데 분에 못이긴 얼굴을 보면 눈빛이 무섭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 더 약이 오르는지 오늘도 잔뜩 독이 오른 눈으로 거울 테를 물고 몸부림을 쳐댔다.

우는 놈도 속이 있어 운다는데 저놈도 무슨 사연이 있겠지. 몹시 다급한가 보다.

발정이라도 난 것일까? 아니면 거울에 비친 자기를 사랑의 방해꾼으로 알고 내 구역을 접근하지 못하게 쫓아내자는 삼산으로 그럴까. 조선시대에 거울 속에 비친 자기의 예쁜 모습을 보고 남편이 첩을 두고 산다며 질투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호반새는 국내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여름 철새로 열대지방에서 살다가 5월 초순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9월 하순까지 살다 떠난다 한다.

온몸이 붉다 하여 불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부리도 붉은색에 크고 두꺼우며 외모와는 다르게 울음소리는 독특하고 청량하여 매우 아름답게 들린다.

주로 산간계곡이나 호수 주변의 울창한 숲속에서 생활하며 곤충, 물고기, 가재, 개구리 뱀 등을 먹으며, 먹이는 바위나 나무에다 부딪쳐서 기절시키고 머리 부분부터 먹는다. 둥지는 계곡 주변 숲속의 오래된 나무에 생긴 구멍 또는 딱따구리의 빈 둥지를 찾아 보금자리를 튼다. 6월 중순부터 산란하여 알을 4~5개 낳아 19~20일간 포란 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여름 철새로 세계자연 보전 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등급 관심 대상 동물이랍니다.

 

 

 

 

이런 호반새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커서 이소할 때쯤이 되면 큰 뱀을 잡아다가 새끼들에게 영양보충을 해준다. 기다란 뱀을 물고 온 호반새는 집 앞 나뭇가지 위에서 온갖 힘을 다해서 탈출하려는 뱀을 나무에다 패대기를 친다. 호반새에게 패대기를 당한 뱀은 기절하기를 여러 번 끝에 축 늘어지고 결국은 호반새들의 풍성한 먹이가 되고 만다. 사진가들은 호반새들의 그런 광경을 보기 위해 소리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다.

대전은 몇 년 전에 식장산에 나타나고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은 둥지를 보지 못했지만, 오늘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그러나 기대한다. 호반새가 무사히 둥지를 틀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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