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마우지 (일시-2021-5-16. 유등천)
어머! 저건 무어야? 무슨 새가 저러고 서 있을까?
못 보던 새까만 큰 새 한 마리가 내가 다니는 유등천 물속 돌 위에 앉아 날개를 쫙 펴고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까만 바탕에 황금빛 무늬를 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우아하다.
마치 나를 의식하고 몸매를 자랑이나 하듯 흑진주 빛깔을 띤 날개옷을 펴고, 몸은 저쪽으로 고개는 나를 보고 빙빙 돌면서, 갖가지 새로운 모습을 취해 주는데 우아하고 섹시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조금 지나고 나니 또 한 마리가 날아와서 옆에 있는 돌 위에 앉는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수도 없이 찰칵찰칵! 셔터를 누른다.
그 새는 나의 셔터소리가 신경 쓰이는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를 휠끔흴끔 쳐다본다.
이 새는 무슨 포즈를 취할까, 아니면 날아갈까 싶어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런데 옆에 있던 새가 와서 같이 있으려다 자리가 좁은지 비척대다가 두 마리가 홀짝 날아가 버렸다.
한참 동안 갑작스러운 풍경 속에서 새와 놀다 훌쩍 가버리니 꿈에서 깨어난 듯, 마음이 허전했다.
다음 날 또 그곳에 갔다. 오늘은 두 마리가 더 보태어 네 마리가 왔다.
물속에서 수영하는 놈, 그 돌 위에서 또 아름다운 모습을 취하고 있는 놈,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왜가리들도 와서 같이 놀고 있었다.
같은 사진 동호인한테 가마우지의 그런 장면을 보았다고 자랑했다.
“이잉~ 갑천에 가면 민물가마우지 엄청 많아요~” 한다. 자랑했던 마음이 머쓱해진다.
가마우지란 이름도 사진을 찍고 인터넷 검색하여 알았으니 내가 어찌 흥분하지 않겠는가.
알고 보니 그날, 가마우지는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고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날개를 펴고 빙빙 돌리며 서 있었다
또 며칠 지나 또 유등천을 갔다.
갑자기 물소리가 철부덩! 하고 소리가 나서 보니 가마우지가 무슨 하얀 물체를 물고 물 위로 올라온다.
저보다 더 큰 물체는 하얀빛이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아 비늘이 있는 물고기로 생각된다.
뾰족한 주둥이로 물었다 놓았다 하며 입안에 넣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큰 먹잇감은 어림도 없다.
재빨리 사진 한 장 찍어 확대해서 보니 아주 큰 물고기다. 물고기는 어림으로 보아 큰 잉어나 붕어다.
둥둥 뜨는 물 위에서 한참을 물고 뜯고 하더니 먹지 못하고 슬그머니 물속으로 잠영하여 가버렸다.
물고기도 없어져서 물고 갔는지 알 수가 없다.
마음이 찜찜했다. 가마우지가 유등천까지 와서 반가웠는데 저렇게 포악하게 큰 물고기를 잡아먹다니.
잠수해서 보이는 물고기 다 잡아먹을까 걱정이다.
처음 날은 1쌍만 보았는데 어제오늘은 두 쌍이 와서 아래위로 휘젓고 다녔다.
저 가마우지가 더 많이 온다면 우리 유등천 생태계에 큰 지장이 올 거 같아 염려된다.
이제 가마우지가 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