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동고비 (2022- 3- 28. 보문산)
어느 날 뿌리공원 둘레길을 산책하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에 동그랗게 파인 텅 비어있는 딱따구리 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 길을 산책하다가 그 딱따구리 집이 생각나사 찾아보니 웬 동고비가 그 새집에서 나온다.
어머나! 이게 웬일? 반갑다. 그런데 위에서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또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뭐라 소리친다.
갑자기 나를 보고 경계하는 신호를 주고받는지 두 마리가 동시에 떠들어 댄다.
한쪽으로 비켜서서 가만히 있으니 두 마리의 동고비는 집을 리모델링하는지 들랑날랑하며 주둥이로 쓰레기를 퍼내고 있다.
집 앞에 낯선 사람이 저들을 보고 무기 같은 카메라로 겨누고 있으니 불안해서 짹짹거리며 시끄럽게 소리친 것이다.
나를 경계하며 소란을 떠는데 미안해서 급하게 몇 방 찍고 왔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해 보니 동고비는 딱따구리나 다른 새가 지어놓은 집에 들어가 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알도 대여섯 개 많게는 일곱 개도 낳는다니 부화하면 곰실 곰 실한 것들이 입 벌리고 짹짹거리며 밥 달라는 귀여운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나만의 귀한 비밀과 보물을 가슴에 안고 기쁜 마음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