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넓적부리 (2023-2-5. 갑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갑천에 노랑부리저어새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둘이 찾아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사진가들이 두어 사람 있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이 구경하며 지나간다.
저어새로 보이는 백로 비슷한 흰 새가 약간 웅크리고 서 있다.
부지런히 삼각대를 피고 카메라 설치하고 재빨리 셧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럴 수가.
단 한 번 찍고는 휙 날아가 버렸다.
아침부터 내내 있었다는데 내가오니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혹시나 올까 두어 시간을 기다려도 그 새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도 잡자, 하고 오늘 찍은 새가 넓적부리다.
이 새도 처음 보는 새라 아쉬움을 반은 채워 주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부리도 길은 데다 넓적하고 깃털이 다른 오리보다 아름다워
보통 오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수없이 찍었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찾아보니 넓적부리다.
카메라 들고나가면 그냥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퀑 대신 아름다운 넓적부리를 담아와서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이룬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