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포엠

첫사랑. 재빛두루미 (12.13.)

산의향기(백경화) 2012. 2. 4. 20:56

 

사진/시. 산의향기 

 

사진/금대봉 등산에서

 

 

 

 

첫사랑

 

첫사랑은

초여름 아침같이

신선하다

 

첫사랑은 

누가 볼까봐 숨겨놓은 

마음속의 보석이고

 

흑백 사진속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첫사랑은

맑은물로 가라앉힌

도토리 앙금이며

 

종소리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잿빛 두루미

 

 

쓸쓸한 철원 평야에

한가롭게 나들이 나온

잿빛 두루미 한쌍

 

흑진주처럼 빛나는

날개와 푸른 깃털은

고고하면서 눈이 부시다

 

긴 부리로 이삭을 쪼으며

햇볓 한줌 쪼으고

때로는 마주보며

오후를 즐기고

 

"저 두루미좀 봐!"

마지막 몸짓인양

반짝이는 나래를 파닥이며

후드득

저녁 햇살과 함께

철책선을 넘어 너울너울

건너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꿈속에서 깨어난 듯 

허전하고 쓸쓸한 햇살

유난히 차다

 

2000.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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