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포엠

한라산을 오르며 3편 (14.15.16.)

산의향기(백경화) 2012. 2. 5. 14:32

 

                 폭설로 묻힌 한라산을 오르며 

                                                                                         사진 글. 산의 향기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캄캄한 성판악의 새벽

완전무장한 등산객들 하나둘씩 모여든다

날쌘 바람

얼굴을 알싸하게 치며 짓궂게 인사한다.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 밟히는 소리

정감 있게 들린다

손전등으로 비춘 세상

온통 다이아몬드 세상이다

눈 속에 빠져드는 등산화

발등까지 차오르는데

발바닥은 포근함마저 든다

하늘엔 별들이 가고 나도 가고 

갈길은 멀고 마음은 벌써 다 가 있는데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춤추는 무대

 

백록담 정상은

구름들이 모여 춤추는 무대다

바람은 쏴와~하고 심벌즈 울리고

하얀 구름 천사같이 내려와

바쁜 사쁜 춤을 춘다

분화구에 미끄러지듯 들어가면  

어디선가 짓궂은 바람

쏜살같이 달려와 몰아내고

또 들어가면 내 몰고

술래잡기하듯 연신 좇고 쫓기며

무도회는 끝날 줄 모른다

거기에 푹 빠진 관중들

 

이젠 그만 집에 가야 하는데......

 

 

 

 

 

                               조각 전시장

 

         바람도 자고 조용한 한라산 중턱

천태만상 조각 전시장이다

밤새 퍼부었던 눈덩이 뒤집어쓰고

추위를 이겨낸 나무와 나무들

서로 부둥켜 안고 한 몸 되었고

사슴뿔로 치장한 작은 나무들

더 작은 풀잎들은

바닷속의 산호초가 되어

세상은 온통 순백의 나라

바람이 가져다준 아름다운 선물

그 안에서 나를 보았다

수없이 만들다 실패한 조각품

 

우주 속에 들어와 꿈을 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