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묻힌 한라산을 오르며
사진 글. 산의 향기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캄캄한 성판악의 새벽
완전무장한 등산객들 하나둘씩 모여든다
날쌘 바람
얼굴을 알싸하게 치며 짓궂게 인사한다.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 밟히는 소리
정감 있게 들린다
손전등으로 비춘 세상
온통 다이아몬드 세상이다
눈 속에 빠져드는 등산화
발등까지 차오르는데
발바닥은 포근함마저 든다
하늘엔 별들이 가고 나도 가고
갈길은 멀고 마음은 벌써 다 가 있는데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춤추는 무대
백록담 정상은
구름들이 모여 춤추는 무대다
바람은 쏴와~하고 심벌즈 울리고
하얀 구름 천사같이 내려와
바쁜 사쁜 춤을 춘다
분화구에 미끄러지듯 들어가면
어디선가 짓궂은 바람
쏜살같이 달려와 몰아내고
또 들어가면 내 몰고
술래잡기하듯 연신 좇고 쫓기며
무도회는 끝날 줄 모른다
거기에 푹 빠진 관중들
이젠 그만 집에 가야 하는데......
조각 전시장
바람도 자고 조용한 한라산 중턱
천태만상 조각 전시장이다
밤새 퍼부었던 눈덩이 뒤집어쓰고
추위를 이겨낸 나무와 나무들
서로 부둥켜 안고 한 몸 되었고
사슴뿔로 치장한 작은 나무들
더 작은 풀잎들은
바닷속의 산호초가 되어
세상은 온통 순백의 나라
바람이 가져다준 아름다운 선물
그 안에서 나를 보았다
수없이 만들다 실패한 조각품
우주 속에 들어와 꿈을 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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