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어머님 팔순에

산의향기(백경화) 2012. 2. 10. 11:31

 

당신을 하늘만큼 땅만큼 축하드립니다~~♡

 

어머님 팔순에

 

 
 

어머님 팔순에 어머님께

 

당신을 처음으로 저의 집으로 모셔 왔을 때 이제는 내 좋은 시절 다 갔다 생각했었지요.

언젠가는 모시리라 각오한 일이었지만 지금껏 자유스럽게 살다가 병중에 계신 어머님을 평생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과 때로는 짜증도 났었습니다.

고향과 아버님이 계시는 선산을 뒤로하고 자식들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오셔서 모든 것 포기하고 생을 맡기신 어머님

가시고 싶은 고향을 가슴에 묻고 베란다 난간에 서서 먼 하늘 바라보시며 시름을 달래시는 당신의 모습은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이곳에서 정 붙이고 사시려고 노력하시는 당신의 모습 또한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어머님! 그럴 때마다 어머님의 마음을 꽉 잡아 드리지 못하고 자상하게 대해드리지 못해서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

잠시나마 불효했던 이 미련한 사람 이렇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바다같이 넓으신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고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제는 마음 편히 생을 다 하시는 그날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사세요

 

어머님! 어머님과 제가 천륜을 맺은 지도 어언 30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머님께서 할머님 병간호하시며 아버님 병시중 들으시고 8남매의 자식들을 양육하시며 출가시키느라 온갖 고생, 온갖 정성을 다 바치셨습니다.

고생을 보람으로 아르시고 내 몸 돌볼 겨를도 없이 희생하신 어머님, 모든 할 일 끝나고 이제 어느덧 팔순이 되셨습니다.

이젠 내 몸 내 맘대로 못하는 아주 가냘픈 작은 새가 되어  당신 둥우리에 오셨으니 남은 여생 편한 마음으로 지내세요.

저도 이제는 어머님과 같이 지내는 것이 편하고 큰 보람을 느끼며 삽니다.

 

견디기 힘들었던 일일랑 다 잊으시고 좋았던 기억만 가지고 사세요. 어머님의 보석 같은 8남매와 손자 손녀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큰 행복으로 아르시고 항상 기쁜 마음으로 사세요.

불편하신 몸 빨리 회복하셔서 이곳 대전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 어머님.

 

19991022

며느리 백경화 올림

 

축사는 축하하는 글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격식도 모르고 이 글을 썼습니다.

팔순 전날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갑자기 연약한 어머님이 불상한 생각이 왈칵 들어서

펜을 잡았습니다.

갑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샘물이 솟구쳐 오르듯 했습니다.

즉시 마음 가는 데로 뜨거운 눈물과 가슴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어머님 앞에서 읽어 드렸습니다.

이제야 세상에서 우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어머님이란 것을 알고

저도 어머님이 더욱 소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글은

갑자기 어머님이 생각이 나서 원고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머님은 팔순 지내시고 5년 더 사르시다 영원히 떠나셨습니다.

 

형님 팔순에

형님이 벌써 팔십이라니요

아직도 제가 보기에는 청춘이신데

어머님의 팔순 축사를 읽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여 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오늘은 형님한테 읽어드리는군요.

언제 보아도 명랑하신 성격으로 식구들 앞에 나타나시면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웃음바다를 만드시는 형님.

형님 만날 때마다 옛날 우리 집 이야기 또는 에피소드를 듣는 게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

8남매의 둘째로 태어나시어 그 힘든 시절에 가많이 짜서 팔아 논 답 장만하시며

동생들의 뒷바라지하신 형님,

큰 동생 대전으로 대학 다닐 때 기차 통학시키려고 첫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싸서 학교 보내셨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형님한테 잘해드려야지 생각은 항상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생각뿐이지 오늘까지 이렇게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제 큰 자식 서울에 취직되어 오갈 데 없을 때 또 형님한테 맡기고 고생시켜 드렸지요. 아무리 조카자식이라도 식구 하나 더 건사하려면 마음으로나 육체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힘이 드는데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셨습니다.

형님 이 은혜 항상 마음속 깊이 잊지 않고 삽니다.

 

저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시집와서부터 할머니 사랑, 부모님 사랑, 많은 형제자매의 한결같은 사랑 속에 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우리 금자 시누님의 칠순도 엄청 마니 축하드립니다.

항상 언니로 대해 주시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돌봐 주시며 감싸주어서 저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시집와서 한동안 같이 살 때 애기씨는 언니처럼 내 할 일 다 해주고 감싸주셨습니다.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친구들 만나 시집살이 이야기만 나오면 저는 우리 형님들 시누이들, 자랑 많이 하고 살았답니다.

 

두 분 오늘, 팔순과 칠순을 맞이하여 팔 남매와 자손들 모여 놓고 실컷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만수무강하세요.

 

2019. 2. 동생의 댁 백 경 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