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소쩍새 (2018-7-5. 식장산)
소쩍새를 보면 엄니 생각이 난다.
유년시절,
엄니는 아침 일찍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재 너머 콩밭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엄니는 호미로 콩밭 매시고
나는 나무 그늘서 싸 간 옥수수와 찐빵을 먹으며
원추리꽃도 꺾어서 꽃과 이야기하며 놀았다.
한참 놀다가 사그락 사그락 호미 소리가 나지 않으면
깜짝 놀라서 엄니를 불렀다.
엄니는 콩밭 속에서 일어나 나를 부르며 안심시키셨다
그런데 앞산에서 새 우는 소리가 난다
맑고 청명한 소리로 조용한 산속을 메아리로 울렸다.
쉬지도 않고 계속 울었다.
저 새는 엄니가 없어 슬프게 우는 걸까?
생각하니 나도 슬펐다
엄니한테 새 이름을 물어보니 소쩍새라 하셨다
소쩍새는 나를 좋아하는지
조용하다가도 내가 가면 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쩍새인지 모른다.
그저 엄마가 소쩍새라 해서 소쩍새로 알고 있다
그 새는 소쩍새가 아니어도 나는 소쩍새다.
<소쩍새의 전설>
소쩍새는 천연기념물로 귀한 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며느리에게 밥을 주지 않으려고 아주 작은 솥을 내주어 밥을 짓게 했다. 며느리는 날마다 밥이 모자라 끼니를 거르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그 불쌍한 영혼은 새가 되어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소쩍 소쩍'하고 서럽게 운다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솟적 솟적'' 울면 흉년을 의미하며, '솟적다솟적다'' 울면 '솥이 적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풍년을 예고한다고 한다.
(사람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