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오색딱따구리- 금성마을(2023-6)
보문산 동고비와 곤줄바기의 육추가 끝나고 모두 이소하고 나서 서운하던 차,
대청호에 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틀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이제 또 당분간 갈 곳이 생겨 마음이 부풀고 신이 났다.
우선 딱따구리의 아름다운 자태를 빨리 보고 싶고 어느 곳에 둥지를 틀었는지 궁금하여 다음 날 찾아갔다.
상상했던 대로 아주 잘생기고 아름다운 오색딱따구리 한 쌍이 연신 새끼들의 먹이를 물고 와서 둥지로 쏙 들어가 먹이를 먹이고 새끼들의 배설물을 물고 나오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반갑다. 딱따구리야. 꼭 1년 만이구나.
그 후 며칠씩 걸러 두 번을 갔으나 새끼들은 보지 못했다.
오늘은 날짜로 보아 새끼들의 얼굴이 나올 듯싶어 가려고 그곳에 자주 가는 지인한테 전화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가? 딱따구리 집이 뱀의 습격을 받아 없다는 거다. 이럴 수가,
안타까워라. 한동안 딱따구리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랑스러운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딱따구리 한 쌍의 지극정성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 일이 있던 다 다음 날, 지인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어미들이 먹이를 물고 집에 들랑거리는 걸 보면 새끼가 있나 보라고. 해서 다음 날 찾아갔다.
뱀이 와서 시도하다가 실패했는지 아니면 한두 마리만 없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미들은 집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한 마리씩 교대하면서 문 앞에서 지키다가 두 마리가 같이 집 앞에 있기도 했다.
번쩍이는 눈으로 이쪽저쪽 쳐다보며 몹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 며칠 전 천적의 습격을 받은 것이 아직도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구나.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이 역력했다.
날짜로 보아 새끼들이 이소 할 때가 되었는데도 아직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다.
아마 어미들이 나오지 말라고 한 것 같다
오후 늦게까지 촬영하는데 갑자기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을 끌어내는 몸짓을 한다.
그때 카메라 셔터를 짜르르르 연타를 쳤다.
그 결과 새끼를 본 것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다. 딱따구리는 다음 날 이소했으며
새끼를 본 사람은 그날 그 자리에 남아 있던 몇 사람뿐이다. 다음날
새끼들은 둥우리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네활개를 펼치고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