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길고양이

산의향기(백경화) 2023. 11. 11. 20:23

32. 오라버니의 길고양이 이야기

 

새집 짓고 이사한 지, 며칠 안 되어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니

고양이 한 마리 빤히 쳐다보다가 홀짝 뛰어들어 온다

내 보내려 했으나 고양이는 내가 앉은 소파 아래에 벌렁 누워 버리고

누운 고양이를 보니 배가 남산만 하게 불러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라고 내버려 두었더니 한심 푹 자고 밥을 주니 다 먹고는 여기저기 기웃대며 돌아다니다가

저녁때는 문 앞으로 가서 야옹야옹하며 문을 긁는다. 문을 열어주니 슬그머니 나간다,

 

 

 

 

다음날, 아침에 누가 문을 두드려 문을 여니 그 고양이가 와서 잽싸게 들어온다.

종일 내내 거실에서 놀다가, 자다가 먹다가, 저녁때가 되니 또 현관문 앞에 서서 야옹야옹

문을 열어주니 또 어디로 가는지 나간다.  또 다음 날 오고, 이렇게 여러 날을 출퇴근한다.

 

하루는 이상한 기미가 보여 살펴보니 어미가 새끼를 낳는다.

다섯 마리 새끼를 받아내고 거실 한쪽에 자리를 마련하여 폭신하게 담요를 깔아주고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지.

그날부터는 아예 우리 집에 눌러 산다

얼마 후, 날씨가 따뜻해져서 밖에다가 집을 지어 주었다 거실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창문 밖에다가.

 

 

 

 

이 광경을 본 이웃들은 이거 다 어떻게 키우려고 하냐면서 빨리 내보내라고 했다. 그럴 수는 없지.

아무리 길고양이라도 우리 집에 들어와서 새끼 나고 오 갈데없는 어린것들,

나 좋다고 내 옆에서 잠자고 무릎 위로 기어오르며 눈을 맞추는 귀여운 것들,

 

늦은 말년에 누가 내 옆에 와서 야옹거리며 재롱떠는 놈이 어디 있을까. 이것들이 효자다 효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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