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84

알락하늘소와 제비나비

28. 알락하늘소와 제비나비 (2021-7-20 유등천) 카메라 들고 천변을 걷는데 어디서 부~웅~ 하며 큰 소리가 들린다. 마치 장난감 모터 소리처럼 제법 강하게 들린다. 무슨 소리일까? 두리번 거리며 찾아본다. 처음 보는 물체가 소리를 내며 제법 빠르게 헬리콥터처럼 돌다가 마른 풀대에 앉는다. 그때야 보니 아이들 그림책에서 보았던 하늘소다. 날카롭게 보이는 입과 발톱, 두렵기도 하여 경계하며 쳐다본다. 그림에서는 보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알락하늘소 이름도 자세히 몰랐는데 사진을 찍고야 알았다. 자세히 보니 곤충 중에서는 대장이 아닐까 싶다. 철통같이 차려입은 갑옷처럼 단단하게 보이며 계급장 같은 하얀 무늬도 뚜렷하게 박혀있다. 나는 소리도 헬리콥터 소리가 난다. 분명히 대장이다. 그런데 이 귀한 ..

흰뺨 검둥오리

37. 흰 뺨 검둥오리 (2023-2-23. 유등천) 대전 유등천에서 흰뺨검둥오리의 몸짓을 보고 놀랐다. 평소에 얌전하게 앉아서 졸고 있거나 뒤뚱거리며 놀던 오리가 오늘은 물속에 들어가 파닥거리며 샤워를 한다. 나와서 물기를 말리는데 요란스럽게도 1시간은 걸려 몸을 털고 말렸다. 그런 후에 힘이 들었는지 눈 감고 꼼짝도 안고 있다. 겹겹이입은 옷을 부리로 이리 젖히고 저리 젖히며 말리는데 그렇게 입고 있는 옷이 여러 겹이고 속옷이 아름다운 줄 몰랐다. 뒤뚱대며 촌스럽게만 보였던 오리, 흔해서 평소에 사진도 찍지 않았는데 오늘은 우아하게 또는 카리스 마한 자태로 나를 사로잡았다. 짐승도 사람처럼 겉모습만 보고는 평가하지 말라, 이렇게 매력 있는 줄 오늘에야 알았다.

직박구리

26. 직박구리 (2022-5-13. 대전수목원) 직박구리는 흔해서 공원이나 산에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로 나무에서 생활하며, 땅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 식물의 열매를 매우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꽃이든 열매든 사뭇 따먹는다. 몇 마리가 모이면 어찌나 떠들어 대는지 여간 시끄럽지가 않다. 별로 예쁘지 않아 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 꽃 에서 보란 듯이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 저런 모습도 있구나 하고 촬영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겉으론 예쁘지 않아도 어딘가 매력이 한 가지라도 있듯 동물이나 조류들한테도 그런 면을 여러 번 느꼈다. 흔하게 보는 참새나 오리 직박구리 이런 것들은 한두 번 찍으면 눈을 돌리지 않았는데 나를 때 보면 감춰진 속옷이 예뻐서 반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저어새

25. 저어새 (2023-2-6. 갑천) 사진으로만 보았던 노랑부리 저어새가 갑천에 왔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십리 길 걸어 찾아간 곳 저어새로 보이는 백로 비슷한 흰 새 한 마리 바로 앞 습지에 웅크리고 서 있다. 부리가 노란 한 걸 보니 틀림없는 저어새다. 부지런히 카메라 설치하고 재빨리 셧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럴 수가. 겨우 한번 찍는 도중에 휙 날아가 버린다. 아침부터 내내 있었다는데 내가오니 날아가 버렸다 혹시나 올까 싶어 두어 시간을 기다린다. 올지 말지도 모르는 새를 저어새는 멸종위기 등급을 받은 새 귀한 새가 우리 대전 갑천에 왔다니 한걸음에 달려왔건만 눈앞에서 보고도 영접하지 못하고 내내 아쉬워 자리를 쉽게 뜰 수가 없다 명절 때, 객지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저어새 오..

붉은머리 오목눈이

24. 뱁새 (붉은 머리 오목눈이) (2023-2-25. 장태산) 눈이 오목하고 머리가 붉어 이름 지은 붉은 머리 오목눈이 쉴 새 없이 주절대며 한자리에 잠시 머물지 못하고 이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는 사진 찍기 어려운 얄미운 새. 불그레한 옷을 입고 얼굴은 오목조목한 데다 폭 들어간 눈, 몸집보다 꼬리가 길어 더욱 앙증맞고 귀여운 새 조금 가까이 가면 툭툭 뛰어나와 잽싸게 도망친다. 쳇, 누가 어쩌길래. 왜 도망가? 두런대며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뱁새를 따라간다. 뱁새를 따라가다 지친 사진가 오늘은 기어코 그냥 말지 않으리라 하고 따라갔지만 뱁새는 수풀 속으로 꼭꼭 숨어 버리고따라가던 카메라는 빈 허공만 바라보네 유등천을 걷다 보면 갈대숲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아주 작은 새들이 부..

앵무새

23. 앵무새 (2019-4-28. 동물원) 화려한 깃털을 갖고 태어나서 더욱 귀엽고 예쁘다. 애교도 많고 무엇보다 사람의 말을 따라서 말하는 재주가 비장해서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옆에 있으면 시끄러운 게 흠이면 흠이라 할 수 있다는 새. 질투심이 강하다 하네요. 자기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발톱으로 문살을 툭툭 치며 야단을 떨고, 항상 옆에서 저와 놀아달라 한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귀엽고 말도 잘 따라서 하니 전 세계에서도 애완용으로 많이 키우고 있답니다.

오색딱따구리

22. 오색딱따구리- 금성마을(2023-6) 보문산 동고비와 곤줄바기의 육추가 끝나고 모두 이소하고 나서 서운하던 차, 대청호에 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틀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이제 또 당분간 갈 곳이 생겨 마음이 부풀고 신이 났다. 우선 딱따구리의 아름다운 자태를 빨리 보고 싶고 어느 곳에 둥지를 틀었는지 궁금하여 다음 날 찾아갔다. 상상했던 대로 아주 잘생기고 아름다운 오색딱따구리 한 쌍이 연신 새끼들의 먹이를 물고 와서 둥지로 쏙 들어가 먹이를 먹이고 새끼들의 배설물을 물고 나오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반갑다. 딱따구리야. 꼭 1년 만이구나. 그 후 며칠씩 걸러 두 번을 갔으나 새끼들은 보지 못했다. 오늘은 날짜로 보아 새끼들의 얼굴이 나올 듯싶어 가려고 그곳에 자주 가는 지인한테 전화했다. 그런..

오색딱따구리

21. 오색딱따구리 (2022-4-27. 대청호)) 산책하다 보면 딱따구리 빈집을 가끔 볼 수가 있다. 딱따구리는 다시 올 때마다 기존에 있는 집에 들어가 살지 않고 다시 지어서 보금자리를 튼다. 집을 지어서 남에게 무상으로 주고 저는 다시 다른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인심 좋은 동물 건축가다. 빈집은 다른 동물들, 즉 다람쥐나 동고비나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딱따구리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작은 쇠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이밖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아직 다 보진 못했다. 그중에 오색딱따구리가 제일 예쁜 거 같아 어디에 있다고 소식만 들으면 찾아가서 담아 온다.. 오색딱따구리가 대청호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소문대로 딱따구리 한 쌍은 먹잇감 찾아 새끼들 먹여주느라 바쁘..

매시연

20. 송골매 대청호에서 매 시연이 있다기에 아는 지인을 따라갔다. 오후 2시에 시작한다 하여 2시가 못 되어 현장에 도착하니 벌써 사진가들 논둑에 삼각대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았으나 사진 찍기 좋은 자리가 없어 맨 끝으로 가서 삼각대 펴고 셋팅을 한다. 시간은 다 되어 행사는 시작되고 날씨도 잔뜩 흐린 데다 셔터 속도와 조리개가 맞지 않아 자동으로 그냥 몇 캇트 찍었다. 망원렌즈를 사서 여름에 한 번 쓰고는 오늘에야 현장에 가서 쓰려니 핀이 영 맞지 않아 포기하고, 앉아 있는 모습만 담고 왔다. 이 날따라 새들도 잘 날지 않고 산으로 올라가서 높은 나무에 앉아 내려오지 않아 행사하는 선생님들 애를 태웠다. 바쁜 일이 있어 끝나기 전에 아쉬움을 안고 왔지만. 이번이 처음으로 가서..

소쩍새

19. 소쩍새 (2018-7-5. 식장산) 소쩍새를 보면 엄니 생각이 난다. 유년시절, 엄니는 아침 일찍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재 너머 콩밭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엄니는 호미로 콩밭 매시고 나는 나무 그늘서 싸 간 옥수수와 찐빵을 먹으며 원추리꽃도 꺾어서 꽃과 이야기하며 놀았다. 한참 놀다가 사그락 사그락 호미 소리가 나지 않으면 깜짝 놀라서 엄니를 불렀다. 엄니는 콩밭 속에서 일어나 나를 부르며 안심시키셨다 그런데 앞산에서 새 우는 소리가 난다 맑고 청명한 소리로 조용한 산속을 메아리로 울렸다. 쉬지도 않고 계속 울었다. 저 새는 엄니가 없어 슬프게 우는 걸까? 생각하니 나도 슬펐다 엄니한테 새 이름을 물어보니 소쩍새라 하셨다 소쩍새는 나를 좋아하는지 조용하다가도 내가 가면 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