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84

붉은배새매

18. 붉은 배새매의산내) 붉은배새매의 유조는 털이 보송보송 아주 귀여웠다. 어미새는 먹이를 구해 집에 돌아와서 새끼들을 불러놓고 한동안 눈을 굴리며 이야기한다. 앞으로 너희들 세상에 나가면 나쁜 놈들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새끼들은 어미만 쳐다보고 열심히 듣는다. 어미는 구해온 먹이를 먹기 좋게 찢어서 이놈 저놈 입에다 넣어주고, 잘 먹는지 혹여 목에라도 걸릴까 걱정이 되는지 끝까지 지켜본다. 어미의 턱 아래까지 바짝 붙어 있는 녀석들은 어미가 고기를 찢을 때 바짝 엎드려 어미의 일을 도와주며 차례로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 오순도순 둘러앉아 즐겁게 식사하는 장면이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어떤 때는 어미의 눈빛이 무섭게 변하여 한 놈을 단단히 혼내주는지 한 놈은 바짝 엎드려 ..

물총새

16. 물총새 (2020-12-18. 유등천) 유등천에서 백로를 촬영하려고 백로를 겨누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 뷰파인더에 새파란 물체가 흔들거리고 있다. 어!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무얼까? 카메라를 내리고 보려는데 바로 눈앞에 아주 예쁜 새가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앉아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순간 너무 좋아서 깜짝 놀라며 무조건 사진을 찍는다. 금방 날아가지 않아서 몇 캇트 찍었다. 돌아다니면 개도 보고 소도 만난다더니 뜻밖에 예쁜 새를 만나다니. 그것도 내 카메라 앞에서 귀한 물총새를 보다니. 다음날, 혹시나 하고 어제 물총새 있던 곳에 갔다. 마침 두 마리가 날아와 그 나무에 앉는가 싶더니 금세 빙빙 돌면서 장난치듯 서로 부딪치며 잽싸게 날아다닌다. 무척 즐거워 보인다. 잠시도 나무에 앉지 않고 나..

쇠물닭

15. 쇠물닭 (2021-7- . 부여 궁남지) 아름답고 고운 연꽃 방죽에 시커먼 오리들이 맑은 물을 휘젓고 다닌다. 반영을 담아야겠는데 훼방을 노니 얄밉다. 남편이 나를 보자 “여보 저기 오리 보았어? ” 말한다. 남편은 내가 평소 새들을 좋아하니 반가워서 알려준다. “아 나도 보았어요. 그런데 연꽃의 반영을 담아야겠는데 물을 뒤집어 놓아서” 미워요. 집에 와서 컴퓨터에 사진을 올리고 본다. 아빠가 찍은 사진도 잘 찍었나 검사하듯 본다. 그런데 낮에 말하던 오리가 눈에 딱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까만 옷에 빨간 이마가 눈에 딱 들어오는데 깔끔하고 멋이 있다. 새끼오리 몇 마리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니 더 아름답다. 에고 나도 찍어야 하는데. 무척 아쉽다. 며칠 후에 또 궁남지를 갔다. 먼저 쇠물닭부터 ..

물까치

14. 물까치 대청호에 물까치가 자그마치 유조 여섯 마리를 육추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침일 찌기 가려고 부랴부랴 준비하면서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그곳을 자주 가는 지인한테 전화했다. 지인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소리로 저 지금 여기에 와 있는데요 새끼들이 한 마리도 없어요. 이럴 수가 있어요? 어제만 해도 고물고물 한 새끼들을 촬영했는데 갑자기 이소 할 일은 없고 어쩐 일인지 모르겠어요. 아! 필경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지인은 계속 새들이 불쌍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전화로 듣는 나의 가슴도 마음도 아팠다. 조금 전까지 카페에 올린 귀여운 새끼들과 어미들의 행복한 장면을 보고 빨리 가 봐야지 하며 행복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종적을 감췄다니 가여운 것들, 무엇이 게네들을 모두 잡아갔을까? 말을 들..

되지빠기

13. 대청호 되지빠귀 (2022-7-29. 대청호) 대청호 금성마을에 사진가이신 지인을 따라 두 번째 갔다 첫 번째는 파랑새 육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갔고 오늘은 되지빠귀란 새의 육추 장면을 촬영하러 두 번째 방문이다. 되지바뀌 부부는 작은 나무 가지 사이에다 둥지를 만들어 알 낳고 부화해서 한참 유조들한테 육추 중이었다. 세 마리의 어린 새들은 이제 세상에 태어 난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미들이 오면 온몸을 일으키며 입을 딱 벌리고 밥 달라고 야단들이었다. 금방 받아먹고도 또 달라고 소리치며 어미한테 대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어미가 알아서 차례로 먹여줄 텐데 저리도 극성일까. 벌써 타고난 생존경쟁의식을 알아 행사하는 걸까.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고 굶어 죽을까 봐 저러는 것일까. 어미 새 부부는 새..

동고비

12. 동고비 (2022- 3- 28. 보문산) 어느 날 뿌리공원 둘레길을 산책하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에 동그랗게 파인 텅 비어있는 딱따구리 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 길을 산책하다가 그 딱따구리 집이 생각나사 찾아보니 웬 동고비가 그 새집에서 나온다. 어머나! 이게 웬일? 반갑다. 그런데 위에서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또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뭐라 소리친다. 갑자기 나를 보고 경계하는 신호를 주고받는지 두 마리가 동시에 떠들어 댄다. 한쪽으로 비켜서서 가만히 있으니 두 마리의 동고비는 집을 리모델링하는지 들랑날랑하며 주둥이로 쓰레기를 퍼내고 있다. 집 앞에 낯선 사람이 저들을 보고 무기 같은 카메라로 겨누고 있으니 불안해서 짹짹거리며 시끄럽게 소리친 것이다. 나를 경계하며 소란을 떠는데..

논 병아리

11. 논 병아리-논병아리 (2022-12-11. 유등천) 모처럼 아주 오랜만에 카메라 들고 유등천에 나갔다. 마침 백로와 작은 논병아리가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머리가 빨간 오리들이 노는 것을 보았는데 요즘은 작은 오리들이 와서 귀여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여러 마리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옆에서 쪼그만 오리가 큰 물고기를 물고 감당을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보다도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아 어쩌려고, 입에 넣었다가 뱉고 하기를 여러 번 한다. 어림도 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결국에는 그 큰 물고기는 작은 논병아리 입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다.

넓적부리

10. 넓적부리 (2023-2-5. 갑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갑천에 노랑부리저어새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둘이 찾아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사진가들이 두어 사람 있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이 구경하며 지나간다. 저어새로 보이는 백로 비슷한 흰 새가 약간 웅크리고 서 있다. 부지런히 삼각대를 피고 카메라 설치하고 재빨리 셧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럴 수가. 단 한 번 찍고는 휙 날아가 버렸다. 아침부터 내내 있었다는데 내가오니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혹시나 올까 두어 시간을 기다려도 그 새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도 잡자, 하고 오늘 찍은 새가 넓적부리다. 이 새도 처음 보는 새라 아쉬움을 반은 채워 주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부리도 길은 데다 넓적하고 깃털이 다른 오리..

나비

9. 나비 (2019-7-8. 궁남지) 나비는 참 예쁘고 조용한 곤충입니다. 예쁜 날개를 팔랑 팔랑거리며 예쁜 꽃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참 평화스러워 보입니다. 이런 나비가 전 세계에 일만 오천 여종이나 된다네요.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250 여종이 살고 있으며 열대지방 즉 남아메리카나 열대 아시아의 더운 지방에 아름답고 회귀한 나비들이 그렇게 많답니다. 나비는 얌체처럼 벌들이 만들어놓은 꿀을 따먹습니다. 그러나 나비는 남의 꿀을 먹는 대신 더 큰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꽃술에 얼굴을 푹 파묻고 긴 빨대처럼 생긴 혀를 넣고 꿀을 먹은 나비는 발이나 얼굴에 꽃가루가 잔뜩 묻어있지요. 이렇게 꽃가루가 묻은 몸으로 다른 꽃에 앉으면 거기서 아름다운 결실이 맺혀집니다. 나비는 이렇게 꽃을 찾아다니며 결혼시키는 ..

깝작 도요새

8. 깝작 도요새 (2023-3-11. 뿌리공원) 뿌리공원 연못가에서 아주 작은 새를 만났다. 입이 기다랗고 눈이 동그란 처음 보는 새 보자마자 가슴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듯, 파동을 일으킨다. 무슨 새일까? 이름은 무얼까? 무조건 카메라에 담고 보자 날아간 뒤 핸드폰의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그 이름은 깝작 도요새 바다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산에서나 강변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을 무작정 찍다 보면 모르는 새가 더러 있다. 그럴 때는 행운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 오늘도 처음 보는 멋진 새를 만났다. 보고 또 보아도 귀여운 새,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오늘도 가슴 벅찬 행운을 만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