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토 에세이 84

까치

7. 까치 (2021-7-2. 복수동 대학교 정원) 어렸을 적 아침에 일어나 까치가 와서 울면 괜시리 마음이 설레었다. 반가운 사람이 온다는데 누가 올까? 외삼촌이 오실까? 아니면 외사촌 언니가 오실까. 점심나절부터 대문 밖을 쳐다보며 은근히 기다린다. 외사촌 언니는 군산 시내에서 사는데 땅이 많은 땅 부자로 일군을 둘이나 두고 사는 부자다. 그래서 가끔 우리 집에 오는 날이면 맛있는 과일이나 생선을 한 보따리 머리에 이고 오신다. 어떤 때는 나의 옷도 사다 주고 귀하고 비싸서 먹어보지 못했던 바나나와 토마토도 사 왔다. 그래서 언니가 오면 무척 좋았다. 언니는 엄마와 비슷하게 나이가 많아서 나를 딸처럼 예뻐해 주셨다. 그렇게 까치는 유년시절에 나에게 아름다운 꿈을 주었던 유일한 새였다. 오늘 집 주변에..

까마귀

6. 까마귀 (2021-7-2. 복수동 대학교정원) 까마귀를 보면 한라산 등반 때 울었던 까마귀가 생각난다. 새벽에 한자나 쌓인 눈을 밟으며 산길을 오르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따라오면서 계속 까옥까옥 울어댔다. 이 새벽에 웬 까마귀가 울어? 기분이 좀 찝찝하다. 그렇지 않아도 머나먼 등산길 수십 명을 인솔해서 오르며 염려되는데 캄캄한 첫새벽부터 따라다니며 온산이 쩌렁쩌렁하게 울어대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등정하기 위해 어제부터 와서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나와 부푼 가슴으로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데 웬 까마귀가 이렇게 가까이 따라오면서 울까? 오싹한 기분이 감돈다. 우리 회원들도 지금 마음이 나와 똑갈을 것이다 생각하니 이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었다. 나는 애써 마음을 뒤..

기러기

5. 기러기떼 (2018-7-20. 우포) V자를 그리며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왜 그런 형태로 날아가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는 혼자서 날아가는 것보다 최소한 71퍼센트는 더 넓은 거리를 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각각의 기러기가 젓는 날개짓이 바로 뒤에 따라오는 다른 기러기에게 상승기류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네요. 기러기 한 마리가 대열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그 기러기는 대기의 저항을 받게 된답니다. 그래서 이탈했던 기러기는 재빨리 대열에 다시 합류하게 됩니다. 대열의 선두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는 지치면 뒤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는 금방 다른 기러기가 대신합니다. 뒤따라가는 기러기들은 앞서가는 기러기들이 속도를 유지하는데 힘을 북..

금계

4. 금계 (2023-3- 대청호) 그날은 수요일 정기산행하는 날,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서 3구간으로 거꾸로 타던 날이다, 산행이 끝나고 시내버스를 타려고 가는데 길가에서 닭 우리를 만났다. 어떤 닭들이 있을까? 가서 보고 싶었다. 나무울타리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듯 열려있다. 궁금하여 들어갔다. 닭장 속을 들여다보기 전에 예사롭지 않은 닭들이 나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찾던 장끼는 아닐까? 아니야 꿩은 아니고 하루에 일곱 번 변한다는 칠면조일까? 그것도 아니야. 화려한 닭이 내 눈앞에 있으니 마음이 요동친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굵은 철사로 촘촘히 엮어놓은 닭장. 우리 안을 들여다보니 회귀한 닭들이 몇 마리나 있다. 카메라를 바짝 대고 있으니 이..

공작새

3. 공작새 (2022-4-18. 대전 동물원) 공작새는 한마디로 말해 행위예술이다. 동물원에 황새가 새끼를 부화했나 싶어 찾아갔다. 그런데 황새는 아직도 둘이서 사랑에 빠져있는 상태고 대신 전에는 없었던 공작새가 눈에 보인다. 공작새야 반갑다. 오늘 어쩐지 너를 보려고 그랬는지 이곳에 오고 싶더라. 공작새는 내가 카메라를 겨누고 있으니 나를 보면서 꼬리를 번쩍 들고 가운데로 들어간다. 마치 나를 기다리기나 한 듯 곧바로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점점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동그랗게 부채모양을 만들어 폈다 접었다 하며 갖가지 연출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온몸을 빙빙 돌리며 패션쇼를 한다. 우아하고 아름다워 눈이 부시다. 숨도 죽이고 셔터를 누른다. 그런 모습으로 한 1시간은 지난 거 같다. 잠시 후에 ..

갈매기

2. 갈매기 (2023-2-3.갑천) 갈매기 하면 먼저 낭만적인 바다가 떠오른다. 인천 앞바다나 부산해운대로 관광을 가면 푸른 바다에 갈매기들이 끼룩 끼룩거리며 우르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평화로워 보였는지. 갈매기가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바다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갈매기를 보려면 먼바다 끝에 가서 보아야만 했던 갈매기가 우리 대전 갑천에 왔다. 색깔이 아주 연한 우유빛으로 자태가 고운 새가 얼음판에서 죽어있는 물고기를 뜯고 있는데 처음 보는 새라서 반가웠다. 오늘도 새로운 새를 만나는구나 내심 기쁨에 찬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저보다 큰 왜가리나 백로가 오면 자리를 비켜 주고 아무도 없으면 다시 날아와서 큰 붕어로 보이는 물고기를 뜯고 있었다. 한참 동안 사진을 ..

가마우지

1. 가마우지 (일시-2021-5-16. 유등천) 어머! 저건 무어야? 무슨 새가 저러고 서 있을까? 못 보던 새까만 큰 새 한 마리가 내가 다니는 유등천 물속 돌 위에 앉아 날개를 쫙 펴고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까만 바탕에 황금빛 무늬를 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우아하다. 마치 나를 의식하고 몸매를 자랑이나 하듯 흑진주 빛깔을 띤 날개옷을 펴고, 몸은 저쪽으로 고개는 나를 보고 빙빙 돌면서, 갖가지 새로운 모습을 취해 주는데 우아하고 섹시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조금 지나고 나니 또 한 마리가 날아와서 옆에 있는 돌 위에 앉는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수도 없이 찰칵찰칵! 셔터를 누른다. 그 새는 나의 셔터소리가 신경 쓰이는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를 휠끔흴끔 쳐다본다. ..

유등천

유등천 마음이 머무는 곳은 안식처이고 창조의 공간이었다. 삶의 힐링이자 일상의 이미지였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떠나지 못할 때는 카메라 들고 유등천으로 갔다. 거기에는 산책코스로도 좋지만 많은 생명체가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물총새 논병아리 그 밖에도 이름 모를 조류들과 지천으로 피어있는 온갖 꽃들까지, 그들은 틈만 나면 나를 불렀다. 그곳은 신비한 세상이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이 통하고 세상 살아가는 진리도 느낄 수 있으니. 한나절이던 하루이건 카메라와 함께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눌 때는 정말 행복하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울렁이고 즐겁다. 인간과 다른 생명들이 인간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그들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생존경쟁..

호반새

호반새 “휘요~ 쩌러렁~ 쩌러렁~ ” 귀하신 몸 호반새가 대전 금성마을에 나타났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낭랑하고 청량한 호반새의 울음소리가 금성마을 앞산에서 또는 뒷산에서 연신 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반새는 마을 커브 도로가 반사경에 몸을 날리며 반사경을 못살게 군다. 탁! 탁!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고 힘껏 몸을 날려 반사경을 치는데 머리 터질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가 하면 강철로 만든 거울의 테두리를 부리로 잡아 물고 뜯는데 이빨이라도 다칠까 걱정이다. 만약에 저 호반새가 다치거나 무슨 불상사를 맞게 된다면 또다시 호반새를 볼 수 없으니 기대하는 희망도 깨질 터, 염려스럽다. 3일간을 내내 혼자 와서 거울에 비친 자기와 싸움을 하는데 분에 못이긴 얼굴을 보면 눈빛이 무섭다. 승산이 ..

계족산성 (해발 457m)

2023년 2월 12일. 계족산성 (수) 흐림 오늘은 산악회원들과 계족산성을 가는 날이다. 산악회원이라야 겨우 4명. 우리 네 사람의 회원은 오래전부터 같이 등산을 다녔던 등산에 베테랑 급들이었다. 수십 년간을 같이 산에 다니다가 모두 나이가 들고보니 여러 가지 사정으로 헤어졌었다. 그런데 작년 1월부터 다시 만나 산책 겸 걷기 운동 겸,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운동을 하였다. 모두가 70대 후반에서 80대를 바라보는 노할머니 들, 그동안에 아무리 등산을 많이 했다해도 남과 다를리 있겠는가. 모두 다리도 허리도 아픈 할멈들. 하지만 산에가는 날이면 힘이 솟아나 할머니란 생각은 전혀 없이 젊은 사람 못지않게 산을 탄다. 물론 젊은 사람을 어찌 비교하겠느냐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옛날이나 다름없는 젊은 산 친..